초고속인터넷 경품 규제, 휴대폰 보조금으로 번지나

일반입력 :2009/09/11 08:59

김효정 기자

초고속인터넷 현금지급 불똥, 휴대폰 보조금으로 번지나

최근 초고속인터넷 가입시 지급하던 현금 경품에 제동이 걸리면서 휴대폰 보조금 지급 금지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무선 분야 모두 가입자 뺏기로 시장이 과열되면서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초고속인터넷 현금 경품 지급이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에 해당된다며 시정명령과 해당 사업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 사업자는 그동안 신규 가입시 최대 37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해 왔었다.

방통위는 이러한 현금 지급 수준이 과도해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유발하고, 타사 상품으로 이동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렇게 낭비되는 마케팅 비용은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서 방통위는 초고속인터넷 경품(현금지급)의 위법성 기준을 가입자 1인당 평균 사용기간과 사용요금을 고려해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정했다. 이 기준으로 지난 한해 동안 조사된 결과 적정한 경품 금액은 14만2천원 수준. 방통위는 보통 경품이 1만원 단위로 지급되므로 15만원을 기준점으로 삼고, 이를 넘어서면 위법성이 있다고 간주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먼저 소모적인 경쟁을 근절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의견이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로 지나친 경쟁은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모적인 경쟁만을 유발한다는 것. 또한 지난 7월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의 경품고시를 폐지하면서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져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차양신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은 "정체된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면 가입자 규모가 확대되는 외부효과보다 투자재원의 낭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자율경쟁을 방해하는 규제의 부활이라는 의견도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경품고시도 폐지됐고, 과열 경쟁 자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자들이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부의 간섭이 자칫 과잉 규제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휴대폰 보조금 규제'

일각에서는 이번 방통위 의결 내용이 휴대폰 보조금에도 적용될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방통위에서 휴대폰 보조금에도 이와 같은 계산법을 적용한 '적정 보조금 기준'에 대해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통신 요금인하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를 요금인하 여력으로 돌리자는 방안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분기 2조원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이통3사가 출혈경쟁을 자제한다면 일정 부분 요금인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휴대폰 보조금은 초고속인터넷의 현금 경품보다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휴대폰 보조금의 경우, 제조사를 아우르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통화를 위한 필수재인 휴대폰 구입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 구조는 ▲의무약정에 따른 기본 보조금 ▲이통사의 전략적인 보조금 지급 ▲휴대폰 제조사가 지급하는 특정 전략폰에 대한 보조금 ▲대리점 등 유통망 자체적인 보조금 지급 등이다.

이통사간 출혈경쟁으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지급되지만 않는다면 '의무약정'에 따른 시장 안정화 기능과 무선인터넷의 발달로 스마트폰 등 고가폰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통사가 과열경쟁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자, 지난 6월 기준 300만대 수준의 판매고가 지난달에는 200만대로 대폭 줄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이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업계 차원에서 반길 만 한 소식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지나친 과열 경쟁 억제를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은 동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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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방통위는 초고속인터넷 경품 규제와 휴대폰 보조금은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양신 국장은 "초고속인터넷 경품은 가입자에게 단순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일 뿐이다. 그러나 단말기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서비스 경쟁력이 가미돼 있는 기기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휴대폰 요금인하와 함께 보조금 규제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어 향후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