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發 태풍, BI시장 흔든다

SPSS를 전격 인수한 것은 일종의 폭탄투하에...

일반입력 :2009/07/29 18:27    수정: 2009/07/29 19:02

송주영 기자

IBM의 SPSS 인수를 미국 지디넷은 '폭탄투하'에 비교했다. IBM이 분석 시장에 진출할 것은 예견됐지만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IBM은 통계와 분석툴 전문업체인 SPSS 인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IBM은 데이터 통합, (데이터 웨어하우스)DW, BI툴, 예측분석 솔루션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업용 인텔리전스 플랫폼(EIP) 전문업체로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후 최근 SAP, 오라클 등 BI전문업체를 인수한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와 이 시장 강자로 군림하던 SAS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SAS코리아 이진권 상무는 IBM의 SPSS 인수에 대해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인수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IBM, EIP 솔루션 포트폴리오 갖춰

 

IBM은 BI,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A) 관련 플랫폼을 모두 갖추고 있다. 대부분이 인수를 통해 이뤄졌다. 어센셜 인수를 통해 데이터 통합, 품질관리 솔루션을 갖췄다. 그 이전에는 인포믹스를 인수해 데이터웨어하우스(DW) 솔루션도 보유하게 됐다.

가장 최근에는 코그노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IBM은 인포메이션 통합(IDO)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IBM이 비어있는 곳은 마이닝툴로 대변되는 예측 분석 솔루션 부분이었다. 이번 인수로 IBM은 예측 분석 영역까지 채우게 됐다. 그것도 예측 분석 전문 솔루션 2위 업체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BI 업계는 최근 광범위해지고 확대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인텔리전스 플랫폼(EIP) 영역을 4가지로 구분 짓는다. 가장 밑단에 데이터 통합 솔루션, 여기에 인텔리전스 스토리지, 분석, 리포팅 등 협소한 의미의 BI 툴이다.

그동안 IBM은 데이터 통합, 인텔리전스 스토리지, BI 툴 외에 분석 기능도 일부 갖추고 있었다. 반면 SPSS는 통계 기술을 기반으로 예측분석 전문업체로 대형 업체들이 공략하는 BI 시장의 '빈곳'을 메워왔다.

한국IBM 김화영 차장은 "코그노스는 마이닝툴이 없었고 SPSS 인수를 통해 마이닝 솔루션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지디넷뉴스는 SPSS는 예측분석(PA), 데이터 마이닝(DA) 선도업체로 분류해놓고 있다. 비록 국내에서는 SAS에 밀려 점유율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계, 예측기술을 갖춘 업체로는 인정받았다.

미국 지디넷뉴스 또한 IBM이 PA, DA에서 2번째로 큰 업체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장 강자는 SAS로 시장점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30%를 넘어서고 있다.

■IBM, SPSS 인수 "예상보다 빨랐다"

IBM은 2년 전에도 이미 BI 솔루션 업체인 코그노스를 인수한 바 있다. IBM의 당시 인수는 다른 BI 솔루션 업체의 대형 솔루션 업체 인수합병 중 가장 늦은 축에 속했다. IBM에 앞서 비슷한 시기에 오라클이 하이페리온을, SAP가 비즈니스오브젝트를 샀다.

하지만 이번 예측분석 시장에서는 IBM이 가장 빨리 움직였다. 이에 따라 IBM의 이번 합병 발표 시기에 대해 "예상 외로 빨리 움직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BM은 어센셜, 코그노스 등 잇따른 인수로 통합 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우선은 통합 작업에만 집중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IBM의 이번 인수로 이후 오라클, SAP 등이 또 다시 BI업체 인수대열에 합류할지도 관전거리다.

국내에서 예측분석 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업체는 SAS, SPSS 정도다. 해외에는 유통 등 특화된 전문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AP 등도 애플리케이션에 일부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SAP의 기술은 전문업체 기술력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AP가 인수한 비즈니스오브젝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오브젝트는 그동안 SPSS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SAP 역시 과거 비즈니스오브젝트와 SPSS의 제휴 모델을 인수 후에도 그대로 계승했다. SAP는 SPSS 제품을 'SAP비즈니스오브젝트 워크벤치'란 이름으로 자사 제품처럼 공급중이다.

협력업체를 IBM에게 넘겨주게 된 SAP의 다음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SAS코리아 이 상무는 "오라클도 같은 모델을 구상하고 있고 SAP도 크게 트렌드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후 BI 시장에서의 인수처럼, 예측분석 솔루션 업체의 인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예측분석 솔루션 시장에서 남아 있는 업체는 이 시장 강자인 'SAS'다. 이외에 마이크로스트레티지, 팁코 등이 예측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SPSS와 같은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관련업계 분석이다.

■오픈베이스 중국 시장 확대 '영향 있나'

이번 인수로 국내 오픈베이스가 받을 영향도 관심거리다. SPSS는 국내 지사가 없다. 오픈베이스가 국내 지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총판사였다.

오픈베이스는 지난해 국내를 넘어 중국 시장에까지 SPSS를 확산시킬 준비를 해왔다. IBM 행보에 따라 이 위치도 불안하게 됐다.

IBM의 예측분석 툴 솔루션 업체 인수로 한국IBM GBS와 협력을 맺었던 SAS코리아와의 관계도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SAS코리아는 이에 대해 "IBM 소프트웨어사업부와 GBS는 별도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고 글로벌로도 당분간 협력관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AS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AS의 경우 SPSS와는 그다지 경쟁관계가 아니다. SAS가 금융, 제조 솔루션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했다면 SPSS는 학교, 공공 시장에 강점을 가진 업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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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BM의 경우는 금융 등의 시장에서도 강점이 있고 컨설팅 역량이 있어 솔루션 기반의 접근도 하기 쉬운 구조다. 앞으로는 금융, 제조 솔루션 기반 예측분석 시장에서 IBM-SPSS와의 접전도 예상해볼 수 있다.

IBM의 SPSS 인수는 주주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연말경 승인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