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다.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현금을 꽉 쥐고 있고 주식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년전과 비교해 주식이 반토막났다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되는 시절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제거되면 공룡 IT기업들은 반전을 위해 쌓아뒀던 돈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높다. 인수합병(M&A)에도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이슨 하이너가 지디넷닷컴에 2009년 주목할 7개의 M&A에 대해 글을 올려 주목된다. 그럴듯한 것도 있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이너의 글을 정리했다.
애플, 어도비를 인수할까?
애플은 전통적으로 M&A와는 거리가 멀다. 97년 넥스트를 인수한게 가장 눈에 띄는 빅딜이다. 이에 대해 하이너는 애플이 올해 어도비시스템즈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어도비는 웹디자이너, 그래픽 전문가들을 위한 광범위한 SW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애플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어도비와 많이 겹친다.
애플은 또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통해 SW가 플랫폼을 만든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도비는 이미 포토샵 익스프레스와 같은 웹기반 SW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애플이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뛰어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게 하이너의 설명이다.
■ 오라클의 세일즈포스닷컴 인수
오라클은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등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앞세워 기업용 SaaS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중 하나로 꼽힌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오라클 출신이며 래리 엘리슨 CEO와도 잘 아는 사이다. 그래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라클이 세일즈포스닷컴을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 구글, 스카이프를 손에 넣을까
2005년 이베이가 스카이프를 인수했을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납득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이베이는 이같은 의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2010년 스카이프를 분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시너지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프의 미래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스카이프 창업자들이 다시 스카이프를 인수하려 한다는 얘기가 이미 돌고 있다. 구글이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2005년에도 스카이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여전히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지분 확대를 원하고 있다. 그런만큼 스카이프는 매력적이다. 스카이프 인수 가격도 소화할만한 수준이 됐다.
구글이 아니라면 시스코시스템즈가 스카이프를 인수할 수도 있다. 시스코는 스카이프를 통해 기업용 인터넷전화(VoIP) 시스템에서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수있다. 협업툴에 스카이프를 붙일 수도 있다.
■ MS가 팜을 인수한다면?
MS는 오랫동안 모바일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최근들어 애플 아이폰,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 노키아 심비안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큰 발전이 있었다는 신호가 별로 없다. 2008년은 스마트폰이 노트북 판매를 앞섰던 첫해였다. 스마트폰은 점점 가치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대담한 행보가 필요하다. 신속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팜을 인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팜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웹OS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MS가 애플, RIM, 노키아를 향해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 IBM과 레드햇의 동거
'빅블루' IBM과 오픈소스SW 업체 레드햇은 지난 10년간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IBM은 오픈소스SW를 통해 MS 생태계에 타격을 주고 싶어한다. 데이터센터에 리눅스를 핵심 플랫폼으로 투입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빅그린 리눅스'도 띄우고 있다. 이같은 전략을 가속화시키려면 래드햇과 협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인수를 통해 IBM 조직에 통합하는 것이다.
IBM이 레드햇을 사지 않는다면 오라클이 달려들 수 있다. 오라클은 이미 레드햇 리눅스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시스코, VM웨어 인수
EMC는 2003년 가상화 업체 VM웨어를 6억3,500만달러에 인수했다. VM웨어는 현재 서버 가상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MS, 시트릭스시스템스 등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상황에 따라 EMC가 VM웨어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시스코는 지난달 블레이드 서버와 네트워크 등을 통합한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를 선보이고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UCS의 핵심은 VM웨어를 포함한 가상화다. 시스코는 가상화 데이터센터에 대한 원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 그런만큼, VM웨어 인수는 해볼만한 시도다.
■ 델과 EMC 합병
델과 스토리지 업체 EMC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눈여겨볼만 하다. 성사되면 2001년 HP와 컴팩간 합병과 맞먹는 '블록버스터급 빅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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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과 EMC는 오랫동안 협력해왔다. EMC는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 환경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델은 중형급 이하 윈도 및 리눅스 서버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 결합은 강력한 데이터센터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델은 현금도 풍부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할 필요성도 있다.
장애물은 EMC가 시스코 UCS 전략의 핵심 파트너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스코와 EMC간 빅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