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휴대폰, LCD 트로이카, '왕의 귀환'

한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 IT트로이카가 마침내 세계 최강의 위용을 되찾았다.

일반입력 :2009/07/24 19:04    수정: 2009/07/26 18:32

이설영, 류준영 기자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LCD 등 한국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트로이카가 세계 최강의 위용을 되찾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초일류기업들 조차 적자와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고 있지만 한국의 '3강'은 기적같은 회복세를 보이며, 흑자 행진 혹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 대만 등 후발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힘겨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와 LCD가 압도적 경쟁력을 자랑하며 최후의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철옹성 노키아 마져 휘청할 정도의 격정적 질서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휴대폰 역시 한국업체만이 올곧은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톱5 중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1분기에 비해 큰폭의 개선을 이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실적을 올린 셈이다.

휴대폰은 삼성전자(20%)와 LG전자(11%)가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넘겼다. 특히 빅5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거나, 성장률이 떨어지는 반면 삼성과 LG는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 모두 놀라운 실적을 거둬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LCD 역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0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기록 중이다. 대만 등 해외 제조사들이 적자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흑전에 성공하면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3분기에 대한 기대치 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 등 반도체 가격의 정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3분기에는 PC 경기 회복 등으로 D램 가격과 수요가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의 경우에도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중국에서 3G 서비스가 확산되며 판매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CD는 가동률 저하로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성수기에 진입해 매출 호조가 전망된다.

■메모리 톱5 중 흑자전환 '삼성'이 유일

예견치 않았던 종목이었기에 더더욱 반가운 성과였다.

2분기 삼성 실적의 숨은 공로상은 삼성 반도체에게 돌아갔다. 같은 날(24일)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반도체는 2천11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및 출하량 증가 덕에 소폭의 개선을 이뤄낸 것.

3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하이닉스는 DDR3 제품의 비중을 올해말까지 전체 D램 비중의 40%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2분기 전체 매출의 55%까지 비중이 확대된 모바일, 그래픽, 컨수머, 서버용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D램의 경우 하반기 44나노 제품의 본격적인 양산을 개시하며, 32나노 제품의 연내 개발도 서둘러 이 같은 시장 기대치에 부흥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어 희망적이다.

해외시장 상황을 놓고 비교하면 삼성 반도체의 ‘흑자 전환’은 매우 경이적이라고 볼 수 있다.

2분기 메모리 톱5 시장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은 2분기에 2억4천6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 22.2%로 하이닉스의 마이너스 13%의 두 배에 달한다.

또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는 2분기 2천600만 유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손실 폭을 간신히 줄이는 데 그쳤다.

일본 최대 D램 업체인 엘피다 메모리의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지난달 일본 정부에 실적악화로 인한 파산을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공적자금 지원을 신청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도 삼성의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삼성은 단지 2분기 만에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며, 명실공히 한국 IT시장의 차세대 성장동력임을 재확인시켜줬다.

실적개선의 배경은 시장의 회복세가 주효했단 진단이다.

우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회복으로 시장이 20% 이상 성장했다.

D램은 2분기 PC 출하량이 한 자리 수 중반대로 성장하면서 업계 가동률도 일부 상승했지만 공정전환 투자 지연에 따른 공급 제한으로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는 수요 측면에서 전통적인 비수기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디지털가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폰 업계의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한 신제품 출시와 MP3, PMP 등의 성수기 대비 선행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됐다.

이 같은 시장의 회복국면은 그간 불황을 거치며 더욱 튼튼해진 삼성전자의 저력을 여실히 나타나게끔 했다.

공정 전환과 제품·기술 차별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흑자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LG 휴대폰, 영업이익·점유율 모두 두각

휴대폰은 IT 분야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으로 외화벌이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계시장 2, 3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이엔드급 상품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노키아 마저도 힘을 못쓰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LG전자만이 꾸준하게 사업 외연을 넓히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분기에는 두 회사가 합쳐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발휘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했다. 휴대폰사업부가 속해 있는 정보통신부문은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동기 8천900억원에 비해 약 1천억원이 증가했다.

LG전자의 경우 2분기 휴대폰부문에서 매출 4조8천769억원, 영업이익 5천375억원을 달성해 영업이익률은 11%를 기록했다.

이와는 달리 20%대의 이익률을 자랑하던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 9%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1분기까지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2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소폭 동반 상승했다.

빅5 가운데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은 여전히 적자의 굴레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는 2분기 대비 시장이 약 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진 시장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로 사업자들이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특히 중국에서 3G 서비스가 확산돼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LGD, 흑자전환 성공…대만과 격차 벌여

대만을 비롯한 해외 LCD 패널 제조사들이 2분기에도 적자를 거듭했지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흑자전환, 시장을 선도했다. 여기에 해외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우리 업체들은 대형 LCD 패널 출하량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 30% 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CD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이 분야 매출 5조1천억원, 영업이익 1천50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9%이다. LCD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34% 증가했고, 매출 수준은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단, 영업이익은 LG디스플레이에 뒤졌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 매출 4조8천905억원, 영업이익 2천1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앞섰다. LG디스플레이는 특히 원가개선을 위해 1분기에 10%를 절감했고, 2분기에는 5%를 절감했다.

세계 시장 3위의 대만 AU옵트로닉스는 중국 쪽 수요가 급증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최근 가전제품에 보조금 지급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30인치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만 업체들이 가동률을 100%까지 높이는 등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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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타치는 LCD 패널 생산설비를 중국의 한 업체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는 지난 회계연도 때 거액의 손실을 안겨 준 LCD 패널 사업에 대해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현재 히타치의 글로벌 LCD 패널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3분기에는 유리기판 등 부품 부족의 영향으로 가동률이 떨어져,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매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