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신작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누가 만들었는지 역시 또 다른 관심거리 중 하나다.
‘디아블로’를 개발한 빌 로퍼ㆍ데이브 글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앨런 블랙 사단, ‘소울칼리버’의 사사키,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미야마토 시게루.
이들의 공통점은 게임 타이틀의 유명세에 준할 정도로 개개인의 인지도를 확보한 게임업계의 스타개발자란 점이다.
게임업계의 ‘스타개발자’란 흥행게임을 한 개 이상 만들어낸 사람을 일컫는 말로,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전작 게임을 즐겼던 게임 사용자들은 보통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개발자들의 게임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게임 산업 전체가 스타개발자 몇몇에 좌우되고 있어, 이들 스타개발자의 일거수일투족은 동종업계 종사자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개발자들의 허상
그러나 그들에게 씌워진 화려한 명성이 너무 부담됐던 탓일까, 그들이 새롭게 내놓은 후속작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국내 스타개발자들뿐 아니라 외국의 스타 용병들조차 몸값을 못 하고, ‘먹튀’라는 오명을 쓰며 게임흥행에 실패해 거액을 투자한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지난 2005년 6월 네오위즈는 게임 사업 집중 원칙과 함께 스타 개발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일환으로 국산 온라인게임의 개척작으로 불리며 출시된 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게임노트 게임순위에서 7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와 국내온라인게임의 대명사격인 ‘리니지’등 온라인게임의 전설을 만들어낸 송재경씨를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송재경씨의 야심작인 레이싱게임 ‘XL레이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재작년 간판을 내렸다.
온라인게임 한류를 불러온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김학규 대표의 IMC게임즈가 제작하고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한 ‘그라나도에스파다’ 또한 수십억원의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투자하며 업계의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게임순위 100위 안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뮤온라인’의 대성공으로 엔씨소프트와 함께 일약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개발사로 부상했던 웹젠의 김남주대표는 기대했던 ‘썬’이 실패하면서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마지막 반전을 위한 카드였던 ‘헉슬리’마저 실패해 NHN게임스로 인수되기에 이르렀다.
국내 게임개발자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외국 게임개발자들도 한국 게임시장과는 악연이 계속되었다.
한빛소프트는 ‘그라나도에스파다’의 흥행실패 이후 절치부심 끝에 ‘디아블로’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빌 로퍼와 손을 잡고 ‘헬게이트 : 런던’을 개발했으나 그 실적은 비참했다.
현재 게임순위 85위에 랭크 되는 등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며 한빛소프트 매각의 단초를 제공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도 ‘울티마 온라인’을 만든 전설적인 게임기획자 리처드 게리엇을 영입해 수백억 원을 들여 ‘타뷸라라사’를 제작했지만 이 역시 흥행에 참패해 지난 2월 서비스종료를 알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스타개발자들의 재도전
하지만 스타는 누가 뭐래도 스타다.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업적을 남겼으나 제 2의 도전에서는 시련을 겪은 후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속속들이 개발 계획을 밝히며 일제히 NHN, 넥슨 등 역량있는 대형 퍼블리셔들과 손을 잡은 상황이다. 신작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2010년경에는 이들간의 일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작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는 ‘본업’인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재 신작 ‘X2(가칭)’를 크라이엔진으로 개발 중이다. ‘X2’의 개발기간은 약 3~4년. 이르면 2010년에 선보인다. 송대표가 ‘주특기’인 MMORPG로 귀환하는 만큼 시장의 기대도 상당한 편이다.
웹젠의 간판게임 ‘뮤’를 개발한 주역 중 한 사람인 조기용 리로디드 스튜디오 대표도 대작 ‘더데이’로 복귀한다. MMORPG 장르에 공을 부쩍 들이고 있는 넥슨과 판권계약을 했다.
한국 게임산업과 손을 잡으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던 해외 스타개발자들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헬게이트:런던’의 실패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빌 로퍼는 유명 온라인게임 ‘시티오브히어로’를 개발, 서비스한 바 있는 크립틱스튜디오의 디자인 디렉터로 합류하며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크립틱스튜디오는 현재 온라인게임 ‘챔피언스온라인’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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