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선언하며 하드웨어와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스토리지를 통합한 이른바 시스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팟 하드웨어와 아이튠스 SW 그리고 서비스를 통합해 디지털 음악 제국을 건설한 애플의 성공방정식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도 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라클은 당초 썬이 가진 일부 SW 사업만을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외신들은 썬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건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문건에는 썬과 매각 협상을 벌였던 IBM, 오라클 사이에 있었던 뒷얘기들도 풍부하게 담겼다. 썬은 IBM, 오라클외에 정체가 불분명한 또 하나의 업체와도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문건에 따르면 썬은 세개의 다른 회사와 한꺼번에 매각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오라클을 선택했다. '확실성' 때문이었다.
IBM과의 합병이 무산된 것도 거래가 성사될 것이란 확실성이 부족해서였다. 썬은 문건에서 IBM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파티A로 표기했다.
파티A(IBM)는 2008년 11월 썬에게 처음 접근했다. 그리고 지난 1월 28일 썬에게 주당 8.40~8.70달러 수준에서 현금으로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는 당시 썬 시가 총액에 거의 80% 가량을 프리미엄으로 얹어준 금액이었다.
한달 뒤 파티A는 인수 가격을 주당 10달러로 인상했다. 썬을 베타적인 인수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썬은 매각과 관련해 다른 회사와도 접촉했다. 이 회사는 문건에서 파티B로 묘사됐다. 파티B는 인수 가능성을 위한 실사에는 동의했지만 공식적인 인수 제안은 하지 않았다.
IBM이 인수 가격을 주당 10달러로 인상한지 며칠뒤인 2월말, 스콧 맥닐리 썬 회장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을 만난다. 그리고나서 바로 파티A와 베타적인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파티A와의 협상이 성사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3월 중순들어 IBM이 썬과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주후 파티A는 썬에게 인수 가격을 주당 10달러에서 9.40달러까지 낮추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당시 언론에선 IBM이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썬의 복잡한 SW 라이선스가 IBM과 충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에 썬은 3월 29일 자신들이 협상의 확실성에 대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파티A에게 알렸다. 며칠 뒤 파티A는 다시 2건의 최종 제안을 해왔는데, 썬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4월4일 썬은 결국 파티A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오라클, 파티B와 인수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이쯤해서 시간을 좀 되돌릴 필요가 있겠다.
오라클은 3월 12일 썬에게 통째로 삼키는게 아니라 SW 일부 자산만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전략적 관계 구축을 위해 소규모 지분 투자 의사도 밝혔다. 오라클이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4월 10일 썬은 오라클과 실사업무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썬은 이때까지도 파티A와 협상을 계속했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고 오라클은 4월 17일 썬에게 주당 9.50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틀 뒤 썬은 파티A와 다시 협상을 가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파티A는 주당 9.10~9.40달러 이상을 제시할 의사가 없었다. 이틀 뒤 오라클의 인수 제안은 썬 이사회를 통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체 불명의 파티B가 과연 어디냐 하는 것이다. 시스코, EMC보다는 휴렛패커드(HP)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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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B는 썬과 처음 접촉했을때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당장에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티B가 HP라고 가정할 경우 EDS와의 통합 때문에 썬 인수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이후 파티B는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나왔다. 2월 12일 조나단 슈워츠 썬 CEO는 파티B CEO와 만남을 가졌고 이후 양측 대표들이 몇번의 실무급 논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단계로는 발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