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성시대, 박남규 코원 대표의 주문

일반입력 :2009/04/10 10:34    수정: 2009/04/13 10:46

류준영 기자

“그래도 라이벌 업체를 굳이 지목한다면 코원이 아닐까요”

-유경테크놀러지 유승진 사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던 대화내용 중-

“아무래도 코원은 지금 저희랑 경쟁관계에 있고(중간생략)… 이러시면 저희는 곤란해요”

-레인콤 마케팅 담당자가 기자에게 기사 때문에 항의하던 전화내용 중-

그래서 코원에 물었다. 경영을 어떻게 해왔냐고, 왜 다들 '코원코원' 하냐고, PMP 1위업체임을 자임하며 각종 증자로 실적 뻥튀기에 달인이 됐던 D업체는 결국 인수합병이 되고, M업체는 더 잔인한 부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요즘 파다하니, 그렇지 않아도 기술변화가 초속 200km인 모바일 디바이스 업계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냐고 물어볼 만한 마땅한 곳이 없던 터였다.

코원은 모바일 디바이스만 10년째 만들어온 이 바닥에서 잔뼈 굵은 견실한 중견기업이다.

외부로 알려진 브랜드의 이미지와 달리 이 업체의 수익원은 여러 군데다. 2000년부터 디바이스뿐 아니라 SK텔레콤을 통해 휴대폰 벨소리 사업을 벌였고 이어 무선인터넷콘텐츠, 인터넷 게임 등으로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확대시키는 장사수완을 발휘해왔다. 코원의 태생이 SW업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요즘엔 얼마전 이사했던 역삼동 코원타워(기자들 사이에선 시쳇말로 코원 성(Castle) 정로도 불린다. 외부로 알려진 내용이 워낙 없어서다)의 건물시가가 크게 올라 재무기획부서에 자산관리 전문인력을 따로 둘 정도로 억세게 운이 좋은 회사다. 최근엔 수출시장에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환율리스크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단다.

■“기회가 오면 쳐라”

이 회사의 감독인 박남규 대표이사가 10명의 선수들(각 부서장)에게 주문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다. “기회가 오면 쳐라”

구체적인 작전명을 물었다. “정확한 방향을 잡고 열정만 가진다면 문제는 없어요. 저의 기본원칙은 처음과 끝을 챙기는 거죠. 특히 스타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중간 과정은 상황에 따라 개입하고, 문의가 들어오면 답변하는 식이죠. 9개의 부서 각 부서장이 책임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결정된 이후엔 전적으로 그들에게 맡깁니다. 열흘 정도의 출장은 제게 전화도 안해요.”

허영만 작가가 관상을 소재로 그린 만화 ‘꼴’의 내용대로라면 박 대표는 전형적인 사업가다.

하지만 어떤 중대한 사안 앞에선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조심스런면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런 그가 코원의 수장으로 별탈 없이 회사를 이끌어왔다니 그의 경영스타일을 슬쩍 떠봤다. “(당돌하고 차분하게)왜 남들 다하면 그때서야 하세요”

박 대표는 발끈한다. 놀랜 듯 허리를 한 차례 뒤로 젖히는 액션도 따라 붙는다 “외부에선 그렇게 보는 모양인데 내부에선 절대로 그렇지 않답니다. 일부러 반 박자를 늦게 가는 일은 절대 없어요.”

다시 받아쳤다. ‘예를 들어 다른 업체들은 요즘 트렌드인 MID(인텔의 아톰CPU를 채용한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 신제품 하나씩은 다 있는데 여긴 없잖아요?’

책상을 경쾌하게 손바닥으로 한번 내려치던 박대표는 “우린 2년 반전부터 만들고 있었어요 아직 시판 모델을 내놓지 않아서 그렇죠. 완성도가 중요하니까요”

확신과 억울함이 가득한 어조와 눈빛이 즉석 에드립은 아닌 듯 싶었다

박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디바이스 업체들을 출렁이게 했던 MP3 플레이어 ‘CW200’은 디자인 리더십을 오랫동안 이끌고, 코원의 D2는 DMB를 내장한 최초의 초소형 MP4 플레이어였다. 올해 초 발표한 휴대폰 스타일의 ‘S9’은 독특한 설계구조로 PMP의 아이덴티티를 확 바꿔놓았다. 인터뷰에 동석한 박민희 홍보팀장은 “다른 업체들도 D2가 나온 직후 MP4P에 DMB를 내장하기 시작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투수의 사인을 먼저 읽을 수 있어야 적시타성 타구를 나릴 수 있다는 게 박대표의 제품철학이다. 이런 질문을 지디넷에서만 한 것이 아니란다. 그렇기에 그는 몸에 익은 듯한 액션활극(?)으로 적극적인 해명을 했던 것이다.

“컨셉추어 같은 신제품을 많이 내놓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들 하시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인 박대표는 “제품은 어디까지나 대상에 따른 가격조절과 성능 구성 등의 힘의 강약조절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제품성공’ 팀별 호흡에 달렸다.

박대표는 팀플레이를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는다. 어떤 요건이든 궤를 맞춰 돌아야만 한다.

“성공요인이 하나가 될 순 없어요. 모든 게 잘 어우러져야 되죠. 제품, 고객지원, 마케팅, 생산품질 유지, 홍보, 자금조달 등이 모두 궤를 맞춰야 해요. 다만 애플의 경우는 디자인이 워낙 뛰어나 버린 독특한 케이스죠.”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시다. 그런 거 말고 좀더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는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마케팅 비용이 많아서, 제품의 사양이 정말 좋아서, 뭐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한 가지만 유독 잘되어서 장사가 잘됐다는 경우는 절대 없어요. 제가 좀 추상적인 답변만 했나요(웃음) 인터뷰 후에 좀 난감해 하는 기자들이 더러 계시더군요”

■한국형 앱스토어? 글쎄요

앱스토어 전쟁을 알리는 포성이 울려 퍼졌다.

애플 앱스토어를 그대로 본 딴 한국형 앱스토어, 즉 스마트폰 온라인오픈마켓을 만들겠다고 SKT, KT가 뛰어들었다. 림(RIM)사의 블랙베리 역시 자체 앱스토어를 구축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매번 개최되는 대형 IT전시회에서 기조연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모든 디바이스 업체들이 한번쯤 입맛을 다셔볼 차세대 먹거리이고, 현 경기불황을 타파할 실마리이자 몇 년간은 환율리스크나 대출이자 걱정 안할 캐시 플로우(현금유동성)로 우러러 받들어 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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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한데 묶을 수 있는 모델을 내놓아야 될 시점인 것. 하지만 박남규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다.

“사실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간의 조화는 생각해 왔던 것이지만 어떤 모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어요. 모든 업체가 앱스토어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성공모델로 이끌지 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