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 지디넷 편집국. 동료중 한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며칠째 그러고 있다.
들어보니 애플 '아이팟터치'를 너무 사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별 생각없이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며칠 뒤 동료가 다가와 웃으면서 말한다.
"아이팟터치 샀어요~~"
30만원쯤 투입해 중고를 구입했는데도 그의 표정은 며칠전과는 사뭇 달랐다. 만족감이 대단해 보였다. 역시 별 생각없이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싸다고 해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는, 그래서 마케터들이 매우 싫어하는 소비 성향을 가진 기자는 아이팟터치가 보낸 지름신앞에 허무하게 무너진 그가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돈이 모자라면 다른거 사도 되잖아! 요즘에는 아이팟터치보다 저렴하면서 쓸만한 제품도 많은데...
그런데 주변에 기자의 동료와 같은 소비자층이 꽤 깊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애플앞에서 지르고야 마는 소비 성향을 과소비로 몰고갈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애플 나름의 매력이 지름신앞에서 소비자들을 약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제프리 크루이상크는 자신의 저서 <애플의방식>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애플과 할리데이비슨만이 걸어다니는 공짜 광고판 역할을 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긴다.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첫째 사용자들이 시장에 있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월등하다고 느끼는 제품에 무한히 헌신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들이 월등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서 부분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나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나닌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애플시네마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파워북 G4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컬트구축은 훌륭한 제품의 부산물이었다. 또한 그것은 매우 계획적이고 성공적인 기업 전략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애플이 여전히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그럴듯한 얘기다.
제프리 크루이상크는 자기 만족에 무게를 뒀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도 애플앞에 약해지는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애플 제품 갖고 다니면 주변에서 '어텐션'(attention: 주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게 그거인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음에도 애플 브랜드는 아직까지 뭔가 있어 보인다. 맥북에어, 아이팟터치, 아이폰을 꺼내놓으면 주변에서 반응이 일어날때가 많다. 누군가는 얼마주고 샀냐고 묻고 또 누군가는 한번 만져보자고 한다. 이른바 '간지'가 묻어나오는 순간이다.
IT브랜드중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는게 또 있을까? 한때를 풍미했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도 지금은 반응이 별로 없다. 어텐션만 놓고보면 맥북에어와 소니 바이오는 이제 급이 달라졌다. 이쯤되면 애플에 붙은 높은 가격표에는 '간지값'도 들어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의 높은 가격을 공격하는 광고 프로모션을 들고 나왔다. 한마디로 애플 제품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MS가 선보인 동영상 광고에는 노트북을 사려는 한 여성 소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애플의 비싼 가격에 실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여성은 애플이 보낸 지름신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이리 비싸냐?"고 따져묻는다.
MS는 경기 침체라는 상황을 활용해 애플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자신들 쪽으로 돌려놓고 싶은 듯 하다.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애플 대신 가격이 저렴한 윈도 제품을 사라는 것이다.
애플 지름신에 넘어가기 일보직전에 있는 소비자들이 MS가 던진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경기 침체의 시대, 애플이 가진 프리이엄 브랜드로서의 아성이 심판대위에 올라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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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있는 동료에게 다시 물었다. 스마트폰중에서 어떤게 갖게 싶지?
"당근 아이폰"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T옴니아보다 비싸다고 해도? 물론이란다. 적어도 기자의 동료만 놓고보면 가격 논쟁앞에서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애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