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Interoperability)'가 오는 4월 '무장해제'된다. 지난 2005년부터 국내 모바일 시장에 적용된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이 폐지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4월 1일부터 국내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위피 탑재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위피가 없는 국내외 휴대폰들도 속속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신 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위피의 어제와 오늘

위피(WIPI)는 국내 휴대폰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표준 규격이다. 위피는 일종의 운영체제(OS : Operation System)로 휴대폰에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거나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 표준을 의미한다.
과거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각기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은 SKVM/GVM, KTF는 MAP/BREW, 그리고 LG텔레콤은 CLDC/MIDC라는 각각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이통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CP들에게는 개발에 대한 중복투자 문제와 상호호환이 불가능한 문제점을 야기했다.
정부는 이질적인 플랫폼으로 인한 CP들의 중복투자 문제 해결은 물론 국내 기술 상용화로 인한 해외 로열티 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단일화하려는 정책을 내세웠다.
이외에도 그동안 이통사를 통제할만한 명분이 없었던 정부는 2005년 4월부터 국내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 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이통사 통제에 위피를 적절하게 이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어찌됐건 위피는 국내 무선플랫폼을 통합해 이로 인한 중복투자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 기술 위피를 상용화해 퀄컴의 브루(BREW)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로열티 과다 지출을 막기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 위피 탑재 의무화 '득과 실'
위피가 의무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4월부터 의무화 탑재가 폐지되는 오는 4월까지 지난 4년간 위피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눈의 띄는 부분은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해외 업체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강제성을 띈 정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보호의 최일선에 서서 충분히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처음 의도했던 콘텐츠 사업자의 중복투자를 줄인다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는 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적인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지향했지만 위피도 이통사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띄고 있으며 호환 가능한 위피 콘텐츠 수준도 단 11%에 불과할 정도로 중복투자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또 글로벌 생태계에서 개방형 플랫폼이 계속 발전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위피에 막혀 개방형 플랫폼에 대응할만한 여지를 주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기술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이외에도 위피를 세계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목표는 거의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오는 4월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 포스트 위피, 어디로 가나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3사도 정부의 위피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위피 플랫폼 및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3사는 4월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더라도 당분간은 위피를 꾸준히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범용OS를 기반으로 단말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단말의 대부분은 퀄컴 REX OS를 기반으로 한 위피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007년 말까지 위피를 탑재해 출시한 단말 수가 180개 모델 2500만대 정도다. 그만큼 당장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더라도 위피를 당분간은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통3사는 주로 국내 휴대폰 제조사 단말을 사용하고 있다. 즉, 퀄컴 REX OS를 기반으로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이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당장 위피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KTF 관계자는 “최근 범용OS를 탑재한 고성능 단말이 대세가 된다고는 하는데 사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존 OS에 물려있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많아 당장은 바꾸기가 어려운 입장이다”며 “새로운 범용OS를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나 서비스 비용, 그리고 서버도 새로 구축해야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존의 위피를 좀 더 고도화 시켜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KTF는 범용OS 단말에도 대응하기 위해 심비안OS를 기반으로 한 위피 개발을 완료했다. 즉, 범용OS에 위피를 미들웨어로 탑재한 것이다.
LG텔레콤도 위피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오는 2012년 범용OS를 탑재한 휴대폰이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위피 탑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범용 OS에 따라 위피를 최적화해 서비스 호환성과 차별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며 “휴대폰 OS가 어떤 것이든 공통의 위피를 탑재해야 기존 콘텐츠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고 앞으로 개발되는 콘텐츠나 서비스도 공통의 위피 플랫폼에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입장을 말했다.
SK텔레콤도 그동안 위피 중심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단말 성능이 발전하고 컨버전스 환경이 계속 진화하면서 PC와 같이 휴대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용OS 시대가 열리겠지만 아직은 위피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분간은 위피를 주력 플랫폼으로 지속해나갈 것이며 향후 윈도우모바일 및 리눅스 기반의 범용OS 등 멀티플랫폼 단말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 이후에도 위피를 최대한 이용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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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통사의 이같은 행보가 위피 생태계에 핑크빛 전망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범용OS 뿐 아니라 단말에 최적화 된 경쟁력 있는 해외 미들웨어의 국내 진출도 위피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위피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지 않는다면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가 아닌 위피가 폐지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