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던 '위피'가 결국 사망선고를 받았다.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전화 단말기의 표준 플랫폼 규격준수에 관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고시)개정에 관한 건인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를 위한 관련 규정 개정을 의결했다. 또한 오는 2009년 4월 1일부터 국내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위피 탑재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이로써 국산 무선 인터넷 플랫폼 표준 규격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Interoperability) 탑재 의무가 사라졌다.위피는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으로 지난 2001년부터 국가 정책 사업으로 각기 다른 방식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위피라는 표준 규격으로 통일했다. 이전에는 같은 콘텐츠나 서비스라도 각각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용으로 여러 개 만들었는데 이런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국가주도로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 탑재 정책을 추진했다.특히 정부는 위피를 국내 표준 뿐 아니라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02년 6월 국제무선인터넷표준화기구(OMA)에 국제 표준으로 제안하는 등 위피 정책 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지난 2005년 4월부터 국내 신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위피를 탑재시켰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방형 플랫폼 바람이 불고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위피가 걸림돌이 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번 위피 탑재 의무 폐지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위피를 세계적인 표준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위피에 '모든 것을 건' 관련 업체들은 이번 위피 폐지 결정에 따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위피를 좀 더 경쟁력 있는 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모바일 플랫폼에서 범용 모바일 OS로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 통신시장의 기술발전 추세에 대응하고,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하여 위피 또는 범용 모바일 OS를 이동전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물론 위피로 인해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이 일정부분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국내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피가 가진 경쟁력은 다른 오픈 플랫폼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이번 위피 의무화 폐지로 인해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며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업자, 솔루션·콘텐츠 사업자 등 관련 업계들은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업계 한 전문가에 따르면 "위피 폐지로 인해 경쟁력 있는 해외 업체들의 휴대폰, 솔루션, 콘텐츠들의 국내 입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은 급속히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한편 이번 위피 해제와 관련, 국가가 주도한 정책이 몇 년도 채 안되서 뒤집어지는 상황이 발생해 향후 또 다른 국가 주도 정책을 펼칠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