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KT 합류로 '붐업 되나'

KT, 올해 200만 가입자 확보 목표로 경쟁 대열에 합류

일반입력 :2009/02/12 09:00    수정: 2009/02/12 10:35

김효정 기자

유선전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KT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에 나섰다. 이로써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도 대폭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11일 새로운 인터넷전화 단말기 '스타일'을 발표하고, 인터넷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약 250만명. 지난해 10월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인터넷전화 시장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합친 비(非)무선전화 가입자 2,463만명 중 인터넷전화의 비중이 10%를 넘어선 수치이다.

이미 통신업계에서는 올IP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IPTV를 비롯해 인터넷전화 역시 미래의 주요 통신방송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 예상돼, 유선전화의 절대 강자 KT도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KT의 경우 유선전화 시장 점유율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이것이 주된 수익원이다. 반면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서비스. 즉 KT의 수익을 좀먹는 서비스란 이유로 인터넷전화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KT, ‘연내 200만 가입자 확보할 것’

그러나 올초 이석채 사장 취임 후, 인터넷전화가 대세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KT는 현재 33만 가입자를 확보한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올해 안에 200만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 수익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가입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KT의 인터넷전화 사업 강화에 경쟁사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의 선도기업인 LG데이콤은 지난 1월말 기준 125만의 가입자를 확보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LG데이콤 측은 KT의 시장 합류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내심 긴장하는 눈치다. KT가 갖고 있는 2,213만명(지난해 말 기준)의 유선전화 가입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2위 사업자인 삼성네트웍스(37만)나 4위 사업자 KCT(24만)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LG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KT의 합류로 경쟁의식을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더 없이 좋은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LG데이콤, 1위 굳히기 들어가

KT가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LG데이콤의 독주가 예상된다. 아직 인터넷전화에서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찾아내지 못한 KT가 주 수익원인 유선전화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KT의 인터넷전화 전략은 한 마디로 '고급화'라고 할 수 있다. 전화요금이 저렴한 대신 다양한 부가기능을 통해 수익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에 출시된 스타일폰의 경우, 음악 파일 재생이나 라디오 방송 청취, 전자액자 기능, 홈뱅킹, 뉴스 보기, 게임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단말기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는 등 비싸다는 것.

반면 LG데이콤은 저렴한 요금과 저렴한 단말기 전략을 고수하면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전략. 특히 KT가 갖고 있는 '자기잠식 딜레마' 탓에 얼마 간 소극적인 영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LG데이콤은 텔레마케팅을 비롯해, 영업사원이 직접 발품을 팔아 인터넷전화 홍보에 나섰다. 또다른 LG데이콤의 관계자는 텔레마케팅과 함께 직접 고객을 찾아 다니며 신규 가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통 하루에 수십명의 고객이 가입의사를 밝힌다고 설명했다.

KT 유선전화의 한 회선당 기본료가 5,200원인 반면, LG데이콤 인터넷전화의 기본료가 2,000원이다. 또한 통화요금도 20~30% 저렴하다는 강점이 불황기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환 시 설치비용이나 장비구입 비용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LG데이콤은 고객이 인터넷전화로 바꿀 경우,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을 권유하고 있다. 만약 고객이 초고속인터넷을 옮기면 기본요금을 1,000원으로 인하해 주며, 타사 초고속인터넷 해지 위약금도 모두 대신 부담해 주고 있다.

■KT 인터넷전화, ‘자기잠식 딜레마’ 벗어나야

이에 비해 KT는 유선전화 고객 보존에 주력하는 듯 보인다. KT의 지역법인사업단은 최근 기업고객을 방문해 전화이용에 불편한 점을 묻는 등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인터넷전화의 경우 고객이 문의하지 않으면 권유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간 무료통화도 KT 인터넷전화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 중 KT는 유일하게 자사 가입자간 통화를 유료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KT가 200만 고객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KT는 올 상반기 중에 '가입자간 무료 통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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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 영업 일선에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 KT 인터넷전화는 자사의 유선전화 고객의 (타사 인터넷전화로의) 이탈을 막기위한 차선책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KT가 고객의 선택폭을 다양화시키겠다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아직 KT의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키우기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석채 사장의 인터넷전화 사업 강화 발언과 새로운 인터넷전화 단말기 발표 등 KT가 공식적인 시장 합류 의사를 표출하면서 국내 유선전화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