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절감을 위한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인터넷전화. 그 동안 KT 시내전화라는 기성세대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인터넷전화는, 지난 10월 말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활성화를 위한 1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가입자 간 무료통화 및 국제전화 사용시 통신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화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070번호에 따른 사용자의 부정적 인식.
관련 업계에서는 수년 간 070번호를 사용함에 따라 이러한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면서도, 기존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번호이동제 실시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한 가장 큰 고비를 무사히 넘긴 사업자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접속' 문제.
인터넷전화에 있어 접속이란 실질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는 초고속인터넷망에 대한 접속과 타사업자의 서비스와의 접속이 해당된다.
■초고속인터넷과의 ‘접속’… 통화품질보장 확실한가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해야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대부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이거나 관련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이 반드시 해당 회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아니다. 따라서 이들 사업자는 타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접속'해야 한다.
106만 가입자를 확보한 LG데이콤의 경우, 계열사인 LG파워콤의 엑스피드 기반 가입자가 50% 수준이며 나머지 절반은 KT, SK브로드밴드 등 경쟁사의 망을 사용한다.
망이용대가는 한 회선(가입자) 당 월 950원. 가입자의 50%가 타사 망을 이용하는 LG데이콤은 매달 5억원, 1년에 60억원 가량이 순수 망이용대가로 지불된다. 사업규모로 봤을 때 이 정도 금액은 사업자에게 큰 부담은 아니다.
문제는 타사망 접속 시 발생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에 있다.
현재 LG데이콤 106만, KT 27만, SK브로드밴드 4만(이상 10월 말 기준), 삼성네트웍스 32만(9월말 기준) 등 가입자 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향후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와 같은 결합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타사망 가입자에 대한 품질보장을 단언할 수 없다.
KT의 한 관계자는 타사 망에 접속한 인터넷전화는 향후 결합상품 이용 시 품질을 보장 못한다. 또한 사업자간 DB 공유나 번호이동 시 절차상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접속료… 번호이동시 접속료 발생, 무료통화 불가능
또 하나의 '접속'에 대한 문제는 접속료.
타사 초고속인터넷망 접속 시 발생하는 망이용대가와 달리, 인터넷전화의 접속료 문제는 통화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사업자와 가입자 모두에 민감한 부분이다.
사용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싼 요금. 특히 070 가입자 간 무료통화가 그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070 무료통화는 사업자가 인터넷전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사업자는 초기 투자비는 물론 장비(교환기 등) 유지비와 인건비 등 원가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차원에서 무료통화를 지원해왔다.
번호이동제를 실시하면 시내전화 번호 사용자에게는 시내전화 접속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KT 시내전화 가입자가 02-123-4567 번호를 사용했다면 이를 인터넷전화로 바꾸면서, 기존 번호의 해당 교환기를 반드시 거쳐야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KT 등 시내전화 사업자에게 분당 3원의 접속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그 동안 070 가입자간 무료통화에서 본 손해를 만회하려는 듯 번호이동 가입자 간 통화는 유료화하기로 했다.
또한 인터넷전화에서 시내전화로 전화를 걸었을 때 접속료도 문제가 된다. 반대의 경우(시내전화로 인터넷전화 걸 때) KT가 인터넷전화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접속료는 분당 5.5원. 그러나 인터넷전화로 시내전화에 걸 때는 3배 이상 많은 18.9원의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전화의 시내전화 요금이 3분당 38~39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3분당 56.7원의 접속료를 지불하므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접속료를 재조정하길 희망하면 현재 협상 중에 있다.
대신 사업자들은 이러한 손해를 국제전화나 이동통신 간 서비스에서 만회하고 있다. 이동전화에 걸 때 접속료는 분당 36~8원 수준. 이동전화로의 통신요금이 분당 대략 70~71원 수준이므로 수지가 맞는다.
■’번호이동’ 이어 ‘접속’ 문제가 활성화 관건
현재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접속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활성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KT의 경우 자사의 시내전화의 잠식효과를 감수하면서도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더구나 시내전화 접속료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업자이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향후 결합서비스에서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전화 선도사업자인 LG데이콤은 절반 가량이 타사 인터넷망 접속 가입자이기 때문에 호환성 및 향후 서비스 운용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기타 후발 및 소규모 사업자들은 접속료 문제와 서비스 망 확보 등 갈 길이 멀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번호이동제가 시행되면서 큰 걸림돌 하나가 해결됐다. 이제 접속료 재산정 문제와 사업자간 서비스 인프라 확보 및 운용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