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 전쟁' 시작됐다

[기획: 빅뱅! 2009 통신시장]④모바일와이맥스- LTE 진영, 세불리기 본격화

일반입력 :2009/01/13 15:03    수정: 2009/01/19 10:14

이장혁 기자

4세대 이동통신기술 도입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모바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실시간 비디오 서비스나 네트워크 게임 단계를 넘어 화상회의, 모바일 HDTV등 IMS(IP멀티미디어 서브시스템) 기반의 커뮤니케이션형 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4세대 이동통신기술은 표준에 대한 후보 기술 제안이 2009년 예정되어 있으며 오는 2011년 쯤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4세대 이동통신기술의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KT, SK텔레콤이 주도하는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 : 이하 와이브로) 진영와 노키아 및 유럽의 통신 업체가 주도하는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 : 이하 LTE) 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따라서 올해부터 4세대 이동통신기술을 둘러싼 표준 경쟁은 와이브로와 LTE를 중심으로 각 진영간에 세불리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을 띨 전망이다.

■와이브로(Mobile WiMAX)와 롱텀에볼루션(LTE)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 2005년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IMT-Advanced'로 명명했다. 4세대 이동통신은 고속 이동시에 100Mbps 이상, 저속 이동시나 정지 시에 1Gbps 이상의 전송속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 WCDMA 관련 국제협력기구)와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 美전기전자학회) 등은 4세대 이동통신 후보기술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삼성전자 등이 와이브로 개발을 진두지휘 한 결과, 지난 2005년 IEEE에 의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고 이후 2007년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와이브로를 3세대(3G) 이동통신의 6번째 기술표준으로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전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용화를 시작한 와이브로는 120Km 정도의 속도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37Mbps, 업로드 속도가 10Mbps에 이르고 ADSL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와이브로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와이브로 에볼루션이 등장해 350Km의 속도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 149Mbps, 업로드 속도 43Mbps를 실현해 VDSL 성능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LTE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WCDMA(HSDPA/HSUPA)에서 진화한 형태로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1Gbps, 업로드 속도가 500Mbps에 이르고 있다. 주로 WCDMA를 이용하는 유럽계 통신업계가 주축이 되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럽 이동통신사들이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LTE를 최종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와이브로가 한 발 앞서···유럽은 대부분 LTE 선호

와이브로는 ETRI와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어 개발한 이동통신 기술로, 다른 기술과는 달리 국산 원천 기술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이 강점이다.

와이브로가 4세대 이동통신 표준이 된다면 무한 경쟁의 국제 환경 속에서 원천 기술 확보 및 시장 확보 그리고 수익 증대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가 미래 시장 창출 및 선점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와이브로가 4세대 이동통신 표준이 된다면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에 음성 서비스까지 탑재할 수 있는 주파수 환경을 제공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와이브로는 데이터 서비스는 물론 음성 통신 기능까지 제공하게 된다.

현재 와이브로 기술을 채택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19개국에 이르고 있으며 도입을 검토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30여 개국에 이르고 있다.

■국내 이통사업자, 4세대 관련 입장 ‘각각 달라’

와이브로와 LTE의 대결 양상 속에서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의 입장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LG텔레콤은 정일재 LG텔레콤 대표가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을 계획했던 것 보다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4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오는 2013년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4세대 기술 투자에 나설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4세대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와이브로와 LTE 중 어느쪽으로 투자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LTE 단말 칩 개발에 성공하면서, LTE쪽으로 기울지 않겠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LG텔레콤이 LTE 편에 설 경우, LG전자와의 공조로 4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수급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은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판단은 내리지 않고 기술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다. 현재 3세대 이통통신 시장이 안정화 되지 않은 상태라 4세대 이통통신 관련 내용은 조금 이르지 않느냐는 판단이다. 내년이나 내후년 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안정화 된 이후 본격적으로 4세대 이통통신서비스 기술 및 서비스 방향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와이브로와 LTE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와이브로가 최근 음성 서비스 탑재가 가능하게 됐지만 기반은 데이터 통신이며, LTE는 WCDMA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만약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열린다면 서로 보완재적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F의 경우에는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상태다. KTF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에 ‘올인’하면서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선두에 앞장섰다.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 KTF는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빠르게 열리면 열릴수록 망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KT와의 입장도 KTF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WCDMA 망을 기반으로 제공하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주력이었던 입장에서 KT의 와이브로에만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것. 특히 LTE의 경우 WCDMA망을 활용할 수 있고, 다른 기술과의 호환성도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근 KTF는 HSPA+망을 구축, 상용화하는 것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는 4세대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후에는 4세대 이동통신 상용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해 포석을 깐 LG텔레콤을 제외하고는 SK텔레콤이나 KTF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좀 더 안정화 시키고 고도화 시킨 후에 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려는 분위기다.

■와이브로-LTE, '같이 갈까'

3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도 ▲비동기식(WCDMA) ▲동기식(cdma2000) ▲TD-CDMA 등 다양한 기술들이 표준으로 결정된 전례를 볼 때, 4세대 이동통신 기술도 표준 조건에 부합한다면 와이브로나 LTE가 기술 표준에 나란히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현재까지는 기술적인 측면이나 상용화에 앞선 와이브로가 좀 더 나은 위치에 올라있지만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열리게 되면 와이브로나 LTE 등 관련 기술 2~3개가 각각 공존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이 경우 결국 와이브로가 LTE보다 기술적 우위에 서거나 글로벌 마켓을 늘리지 않는 이상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는 LTE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와이브로를 넘어설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와이브로는 미국을 비롯해 최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미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중인 미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을 비롯해 19개국 23개 사업자가 한국의 와이브로를 상용 혹은 시범 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10여개 국가 20여개 사업자가 와이브로 도입 여부를 추가로 협의 중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이미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와이브로 기술 및 관련 단말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장에서 와이브로가 확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TE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 안승권 MC사업 본부장은 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LTE 관련 단말 및 기술을 대거 개발해 나가겠다며 와이브로는 결국 니치마켓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LTE기술을 표준으로 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유럽 시장의 70% 이상이 4세대 이동통신 표준 기술로 LTE를 사용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와이브로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우선 상용화에 돌입한 와이브로를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앞으로 LTE 시장이 열리면 그쪽으로도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최근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이어 자체 개발한 LTE 칩셋을 내년 상반기 쯤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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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경우에는 최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에 음성 서비스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에도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와이브로에 한 표를 던진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이미 상용화에 들어가는 등 LTE에 비해 1년 정도 빠른 행보를 걷고 있는 상태지만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열린다면 와이브로나 LTE 등 한쪽 기술에만 쏠리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하며 와이브로나 LTE 중 어느 한 쪽이 기술이나 시장의 우위에 서는 순간 다른 한 쪽은 자연스럽게 틈새시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