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통신대전, KT-SKT-LG3콤 경쟁 본격화

[빅뱅! 2009 통신시장]②융합 원년, 통신시장 경쟁 판도는?

일반입력 :2009/01/04 18:10    수정: 2009/01/19 10:18

김효정 기자

실질적인 융합의 원년이 될 2009년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 판도는 어떻게 짜여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 결합상품 출시와 그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몸집을 키워온 거대 통신그룹 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 융합에 추세에 따라 케이블TV사업자들도 경쟁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즉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의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KT-SK텔레콤-LG통신계열사와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경쟁에 나서게 된다.

유선(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KT는 연내 이동통신 계열사인 KTF와의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지난해 초 유선 통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과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으로 구성된 LG통신계열사는 아직 물리적인 합병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LG파워콤의 상장으로 LG데이콤과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경쟁사들의 융합 전략과 시장 상황에 따라 LG텔레콤과의 전략적인 결합상품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약 18%의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확보한 케이블TV진영은 전국적으로 보급된 TV서비스를 기반으로 통신사들의 공세를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케이블망(HFC)을 통한 인터넷전화를 출시했고,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을 준비하는 등 무선통신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렇듯 2009년 통신시장은 KT-SK텔레콤, LG3콤, 케이블TV진영이 각각 ‘2강-1중-1약’의 경쟁체제를 형성한 상태이다.

█KT-KTF 합병, ‘통신 공룡’ 재탄생 하나?

KT와 KTF의 합병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당히 높은 가능성을 보이며 진행돼 왔다. KT의 경우, 현재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주수익원인 집전화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이 절실한 상황. KT는 지난 2001년 이후 8년째 11조원대 매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SK텔레콤에 쫓기고 있다.

이를 위해 KT는 자기잠식효과에도 불구하고 집전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인터넷전화를 견제하기 위해 KT만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SoIP'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IPTV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신규사업팀을 구성해 다양한 신규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TF와의 합병을 통한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KTF는 지분을 53% 보유하고 있는 KT가 실질적인 주인행세를 하고 있지만, 조직의 합병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대거 향상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결재라인을 두 개 회사에 두는 것 보다 하나의 회사로 통일해 조직을 운영하고, 유통망을 단일화함으로써 의사결정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의 슬림화와 경영 안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미 내부적으로도 상당 부분 진척이 된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좋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다. 대내외적으로 경기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KTF 인수에 따른 문제점들이 하나 둘 도출되고 있기 때문.

우선 인수를 위해서는 KTF의 외국인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데, 약 1조5천억에서 2조원 규모의 돈을 해외로 내보내야 하므로, 특히 현시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또한 KT 내부에서도 인수비용이 투자성 자본이 아닌 지출성 자본이라는 점과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비난 및 퇴직 임금지불 등 출혈이 크다는 지적에 부딪히게 된다.

KT는 오는 14일 이석채 사장 취임 등을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이 사장의 취임과 합병을 포함한 조직 운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합병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는 이 사장이 어떠한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KTF와의 합병을 공식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불분명성을 제외하고, 양사의 합병은 통신업계의 판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선통신 기반으로 SK텔레콤의 추격에 낭패를 당하고 있는 KT가 이동통신 부문을 끌어안게 되면서 기존 유선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이동통신으로 옮기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또한 IPTV를 선도하며 차세대 방송통신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소비계층에게 단일 유통망으로 결합상품을 제공하며 얻게 될 효과도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다.

특히 양사의 합병으로 매출 규모 18조원, 4만 여명의 통신 공룡 기업의 탄생하게 돼 통신시장 전반에 ‘규모의 경제’를 앞세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KT-KTF의 합병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합병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TU미디어 라인으로 방송통신 1위 등극?

지난해 11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은 2위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의 결합으로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상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혼란에 빠진 KT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올해 KT-KTF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신융합 시장에서 2위 자리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가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인 KTF를 품을 경우, 당장은 매출이나 통신인프라 측면에서 KT진영을 앞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신의 패러다임이 유선에서 무선, 즉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올해 SK텔레콤의 잠재력 측면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융합 시대에서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하는 등 가장 먼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점과, 수익성이 높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유선통신 및 방송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KT가 유무선 결합상품이나 IPTV 부문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여준 SK텔레콤의 마케팅력과 유통망을 감안할 때, SK텔레콤은 올해 통신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SK텔레콤 이동통신 누적가입자는 2천303만여 명. 전체 국민의 2명 중 1명이 가입해 있으며 그 충성도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가입자당매출(ARPU)이 경쟁사에 비해 높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50% 이상의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 향후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경쟁 보다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3G 가입자 경쟁도 잦아들었고, 약정 및 망내 할인제도 안착화로 번호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결합상품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이동통신사를 기준으로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 등의 상품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올해부터 SK브로드밴드의 실시간 IPTV 상용서비스가 제공된다. KT 보다는 늦지만, 과거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의 하나TV(현 브로드앤TV)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이 된다. 여기에 계열사인 TU미디어를 통한 위성DMB까지 가세시켜 ‘방송통신융합사업자’로 위상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특히 위기관리 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정만원 신임 사장의 취임으로 경기 불황에 대처하고 해외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전국에 퍼져있는 유통망(이동통신 대리점)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초고속인터넷의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IPTV의 상용화와 TU미디어 등 미디어 관련 자회사를 통해 방송통신 전반에 걸쳐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시장에서의 행보가 가장 주목된다”고 말했다.

█LG 3콤 새 강자로 부상하나?

지난 2008년은 유독 LG그룹 통신계열사들이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LG텔레콤은 지난해 상반기 SK텔레콤과 KTF의 치열한 3G 가입자 확보 덕에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의미 있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저렴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오즈’ 출시로 약 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도 이끌어 냈다.

LG데이콤도 인터넷전화로 심심치 않은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마이LG070’이라는 인터넷전화로 2008년 10월말 106만 가입자를 돌파한 상황에서, 동년 10월 31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실시로 지난해 연말 약 120만 가입자 확보를 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올해까지 이어가고 있다. 또한 IPTV 서비스인 ‘마이LGtv’ 상용서비스도 올해부터 본격 시작했다.

특히 3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로 LG데이콤의 자회사인 LG파워콤이 코스피 상장을 하면서 LG데이콤과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과 데이콤의 IPTV 및 인터넷전화를 합침으로써 KT와 SK텔레콤 진영과의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LG텔레콤을 포함한 ‘LG3콤’의 합병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 만년 3위 LG통신계열사가 KT-SK텔레콤의 통신 2강 체제를 허물어뜨리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효율성 향상과 덩치불리기 등 시너지효과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계열사 별로 자율경영을 중시하는 그룹문화 탓에 LG측은 이러한 루머를 일축하고 있다. 경쟁 통신그룹이 인수합병으로 개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2인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LG3콤은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를 묶는 결합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1중(中)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최소화해 높은 수익을 올렸고, 데이콤과 파워콤의 합병, 4G 이동통신 준비를 위한 시설투자 계획 등을 통해 미래 통신시장의 새로운 강자로서의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KT의 저력-SK의 잠재력-LG의 반란'이 관전포인트

이외에 케이블TV 진영도 ‘2009년 신 통신대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료방송을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18% 안팎으로 취약하다. 이 때문에 최근 통신업계가 IPTV를 통해 방송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진영은 디지털케이블TV로 IPTV와 경쟁하고, 최근 케이블망(HFC)을 통한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가장 큰 경쟁 취약부분인 이동통신 부문에서도 이동통신재판매(MVNO)로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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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진영은 통신시장의 1약(弱)으로 구분된다. 기존 케이블TV 방송이 유일한 경쟁력이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진행되면서 통신 부문에서의 낮은 경쟁력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9년 신 통신대전은 ▲KT-KTF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공룡기업의 ‘힘’이냐 ▲이동통신 기반이라는 경쟁력을 살릴 ‘잠룡’ SK텔레콤이냐 ▲유무선 각 부문 2위 달성을 노리는 LG3콤의 ‘반란’이냐가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