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뒤돌아 보았다. 2008년 방송통신 시장은 '융합'이라는 한 단어로 대표할 수 있다. 특히 방송-통신의 융합과 통신 결합상품의 출시는 국내 IT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용자 접점 서비스로 통신업계는 물론 다양한 관련 업체들의 차세대 먹거리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을 시작으로 유무선 결합상품의 출시, IPTV 상용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등 2008년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10대 뉴스를 점검해 본다.
■방송-통신 융합의 신호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이 되자 마자 인수위원회를 통해 '정부조직개편'을 준비했고,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최시중 위원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하는 방송통신 통합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동안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이원화된 방송통신정책을 한 기구로 통합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방송통신융합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11월 말 ▲방송사업의 소유가 금지되는 대기업의 범위를 자산총액 3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완화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시장점유 제한 규제를 전체 방송권역의 5분의1에서 3분의1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한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 상용화와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제 실시, 와이브로 음성탑재에 따른 010번호 부여 등 차세대 서비스와 통신요금 인하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IPTV 상용 서비스 출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IPTV 서비스는 당초 연내에 상용서비스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방송시장에서 핵심 콘텐츠로 손꼽히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 계약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IPTV사업자들은 방송사의 협상을 벌였으나 재송신 대가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때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무르기도 했다.
정부는 방송통신 분야를 국가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IPTV를 핵심으로 두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말 IPTV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제공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지난 11월 KT를 시작으로 내년 1월부터는 모든 사업자들이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2009년 업무보고'에서 IPTV 활성화 방안으로 122억5,000만원을 투자해 IPTV 전용 콘텐츠 활성화와 생활밀착형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전국 학교에 IPTV 교육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하는 등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초고속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개인정보보호 '강화한다'
올해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했던 이슈로는 개인정보유출을 들 수 있다. 새해 초부터 벌어진 옥션 및 GS칼텍스 개인정보유출사태를 비롯해 하나로텔레콤, 다음 등 다양한 기업에서 개인정보유출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옥션 사태가 해킹에 의한 것이라면 하나로텔레콤이나 GS칼텍스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용 사건은 KT와 LG파워콤 등 주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영업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짐으로써 케이블TV 진영을 포함한 초고속인터넷 업계의 고질적인 가입자 개인정보 유용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과거와는 달리 올해 개인정보유출사태는 곧바로 집단소송제와 맞물리며 정보유출과 관련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법원의 판단에 기업이나 해당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회원가입을 받게 했으며 개인정보유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KT-KTF 납품비리 사건, 통신시장 흔들다
2008년은 KT그룹이 극심한 시련에 시달린 한 해였다. 민영화된 KT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개혁을 주도했던 남중수 전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 남 전 사장의 구속은 KTF 조영주 전 사장의 구속에 이은 것으로 조 전 사장은 50여 차례에 걸쳐 25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남 전 사장에 앞서 구속됐다.
이 사태로 인해 당초 올 하반기 경에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던 KT-KTF 합병논의도 제동이 걸렸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방송통신시장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KT-KTF의 양강구도가 형성돼 이 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인터넷전화 활성화 기반 마련
2008년 빼놓을 수 없는 이슈 중 하나가 인터넷전화(VoIP)이다. 인터넷전화는 저렴한 국제 및 시외 통화요금 및 SMS와 날씨, 교통정보 등 부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주로 통화량이 많은 기업용 서비스였던 인터넷전화는 10월 31일 기존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서비스 활성화 장애요인이었던 070 번호 사용에 따른 '스팸전화' 인식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록 인터넷 전화의 번호이동이나 신규 가입 등 대규모 가입자 확보는 기대보자 저조했지만, 120만 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LG데이콤이 11월 한달 간 가입자수 6만2,000명 순증을 기록하는 든 기업시장 뿐 아니라 잠재적 소비자인 일반 가입자에게도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에 이동전화 통합식별번호인 010번호를 부여가 확정되면서, 2009년 12월부터 무선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위피 탑재 의무화 내년 4월 '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산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 탑재 의무화가 결국 오는 2009년 4월 해제된다. 그동안 국내 무선인터넷활성화 및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발전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해 각 이통사와 관련업계가 힘을 모아 개발을 진행했으나 오히려 국산 무선인터넷 경쟁력을 낮추고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위피가 국내 무선인터넷산업발전에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결국 의무 탑재가 해제되면서 위피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통사들은 내년 4월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 되도 위피 탑재폰이 2,500만 대 이상이고 당장 플랫폼을 바꾸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분간은 위피를 기반으로 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나 콘텐츠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통신사 인수합병 '생존경쟁 시작'
방송과 통신환경이 융합되고 또 본격적인 결합상품 시대가 열리면서 통신사들의 인수합병도 계속해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유선과 무선이 통합되면서 기업들도 통합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돌입했다.
KT와 KTF의 합병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은 지난 2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SK브로드밴드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19일과 24일에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조직개편이 진행되기도 했다.
오는 2009년 하반기 쯤 KT와 KTF의 인수합병이 진행될 전망이며 앞으로 유무선 통합 환경 속에서 결합상품과 관련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LG통신계열사인 LG데이콤, LG파워콤, LG텔레콤도 무한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논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결합상품 본격 출시
2008년은 본격적으로 결합상품 이슈가 두드러진 시기였다. 비록 초고속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결합상품의 출시가 수개월 연착되기는 했지만 업계에서는 '유무선 통합은 대세'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SKT와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합병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서비스, 그리고 인터넷전화 라인업을 갖추었다. KT는 KTF와의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유선전화 및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출시했고, IPTV 상용서비스를 결합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LG계열의 결합상품 출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동통신 대리점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새로운 유통망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여기에 서민 가계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가세하면서 SKT(이동통신 분야)와 KT(유선 및 전화 분야)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 제한을 대폭 풀어주면서 결합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 추진...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올 하반기 방송계는 방송법 개정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은 대기업, 신문/뉴스통신 및 외국자본의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 콘텐츠 사업에 대한 겸영 또는 주식과 지분 소유금지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족벌신문과 거대재벌, 외국자본에게 방송을 넘기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12월26일부터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이번 사태는 해를 넘을 전망이다.
■마케팅 전쟁에 몸살 앓은 상반기 이통시장
이동통신 3G 서비스 시작과 함께 상반기 이동통신시장은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쟁이 과열됐다. 이통 3사의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총 3조2,130억원으로, SK텔레콤은 무려 1조6,430억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3사의 상반기 총 매출이 10조4,080원으로 이중 마케팅비용은 31%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마케팅 비용에 대한 간접 규제를 이통사에 제안했으며, 일각에서는 마케팅비 지출까지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하반기에 절정에 이른 전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사업자들은 해지 방지, 기존 가입자 혜택 추가 등 ‘가입자 지키기’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