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인드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이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말이 쉽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겪어 보지 않는 이상 ‘배려’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UX에서 말하는 배려의 첫 걸음은 접근성 구현이다. 접근성은 마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물건을 집기 위해 쓰는 집게 또는 사다리처럼 어떤 물건 또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이솝 우화 중에서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 초대 얘기는 바로 그 접근성 배려에 대한 이야기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선 납작한 접시에 스프를 담아줘 먹으라고 권하고, 여기에 화가 난 두루미가 며칠 후에 똑같이 초대해 호리병에다 생선을 집어넣고 먹으라고 권했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이 먹기 좋은 그릇에 담아 식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음식을 먹기 위한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교훈은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쓴 소리다.
이솝 우화 속의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이 어떤 그릇에 담아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맞지 않는 것을 강요하거나 강요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에게 접대한 그릇처럼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수단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거나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
■ 접근성은 다양성에 대한 고려
필자는 양식집이나 뷔페를 가면 음식을 먹는 수단으로 항상 찾는 것이 젓가락이다. 포크 보다는 젓가락으로 음식 먹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젓가락을 구비해놓지 않아 포크로 먹을 수 밖에 없는 음식점이 있었다. 포크로 억지로 먹긴 했지만 한국 사람의 식습관을 배려하지 않은 주인의 일방적인 강요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편 의외의 배려가 좋았던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외근이 잦아 길거리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어느 날 점심 때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구입했는데 포장지 안에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난 다음 손을 닦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을 예로 들면, 접근 경로가 여러 가지로 구비되어 있다. 보통은 계단을 이용하게 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노약자, 휠체어 이용자, 유모차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휠체어 이동기 및 통행 도로 등의 시설들을 갖추어 감으로써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접근 경로를 따로 마련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전거에 대한 지하철 접근성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도로 및 보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웹 이야기로 돌아가면 웹에서의 접근성은 브라우저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터넷익스플로러 뿐만 아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파리 등 다양한 브라우저에서도 동일한 웹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웹 표준’대로 개발을 하면 브라우저에서 보는 사용자 경험은 동일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있어서인지 최근에는 멀티 브라우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한발 나아가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 접근성에 대한 UX 아키텍처
UX 관점에서 접근성은 얼마나 다양한 경우의 수를 커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 다양성은 대체로 이용 도구, 접근 경로, 이용자 성향의 3 분류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그 특성에 따라 몇 가지 세부 레벨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접근성에 대한 아키텍처가 나오고 이에 따라 제공하려는 서비스를 어떤 범위까지 커버할 것인지를 결정한 다음에 서비스를 개발하면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가 있다.
접근성에 대한 UX아키텍처
1. 기술적 접근성
-하드웨어 : PC, 핸드폰, 스마트폰, 기타 디바이스 등
-네트웍 : 모뎀, 전용선, 광랜 등
-OS : 윈도우, 리눅스, 매킨토시 등
-웹브라우저 : 인터넷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파리 등
2. 컨텐츠 접근성
-메뉴 : 글로벌 네비게이션, 로컬 네비게이션, 사이트맵 등
-검색 : 사이트내 검색, 검색 엔진 검색, 내용 검색 등
-바로가기 실행 : 바로가기 링크, 버튼, 단축키, 북마크 등
3. 이용자 성향에 따른 접근성
-친숙도 : 처음 이용, 불편함, 보통, 익숙함
-긴급도 : 빠름, 보통, 느긋함
-연령대 :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등
4. 장애인 접근성
-시각장애인
-PC조작이 어려운 장애인등
5. 보안 접근성
-보안 레벨0 : HTTP 통신
-보안 레벨1 : 웹구간 통신에 대한 암호화(SSL)
-보안 레벨2 : 전용 SW를 통한 보안 강화(키보드, 해킹방지 등)
그 외에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문화적 접근성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글을 읽는 방향의 경우 우리나라는 좌에서 우(LTR: Left to Right)이지만 아랍권은 우에서 좌(RTL : Right to Left)이다. 언어적 특성 외에도 종교 성향, 차량 운행 방향, 음식 문화, 금기사항 등도 서비스 기획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만약에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서비스 대상을 정하고 이에 따른 접근성 아키텍처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모두에게 반드시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경우에는, (예, 공공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최소 가이드라인과 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우회경로를 별도로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페이지 전체가 이미지로 되어 있다면 스크린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에 대한 대체 텍스트나 별도의 페이지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접근성에 대한 UX아키텍처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 가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만능 애플리케이션은 없다는 것이다. 기획한 서비스가 기술적 접근성에서 웹브라우저를 만족 시켰지만 네트웍 접근성에서는 모뎀 사용자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보안 접근성의 경우 무조건 최고의 보안 레벨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보안 레벨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면 액티브엑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금융사이트는 액티브엑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 디바이스 접근성이 가져다 주는 부의 가치
최근 들어서는 ‘Cross’열풍이 브라우저, OS를 넘어서 디바이스까지 뻗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사용자의 단말기 이용비율이 PC가 30%에 지나지 않고 70%가 핸드폰이나 각종 디바이스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디바이스에서도 동일한 웹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어도비의 에어와 오픈 스크린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MS의 WPF,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은 RIA다음으로 떠오르는 차세대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응용하면 TV 광고를 보다가 맘에 들면 바로 쇼핑을 눌러 쇼핑사이트로 이동하고 결제까지 완료하거나 드라마 속의 PPL 상품들을 찜해 두었다가 추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들이 가능해진다. 또한 재미있는 장면이나 CF등을 자신의 블로그로 담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도 있다.
■ 접근성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
UX에서 접근성은 한 가지 서비스로 모두를 만족시키려 들기 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분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사용자 이용패턴이 반영된 다양한 접근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이트의 경우 처음에 접속하면 빠른 페이지와 리치한 페이지 두 가지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접근성 아키텍처상에서 이용자 성향에 따라 빠름, 보통, 느긋함의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TV에선가 한 택시운전사가 승객이 타고 내리는 문짝 앞에 레드카펫을 깔아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은 그러한 ‘레드카펫’정도는 아니더라도 서비스의 승하차에 불편함은 겪지 않도록 해주는 접근성을 열어주는 것이 그 첫 걸음임을 강조하고 싶다.
(후기) 지난 컬럼이 나간 후 필자가 쓰는 네비게이션의 홈페이지에 갔더니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의 DMB조작법이 업데이트 되었다. 그나마 반영이 되어 고맙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많다. 네비게이션 사용자의 패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아직도 우리 집사람은 네비게이션 검색 옵션이 복잡하여 목적지 검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필자는 부가기능(노래방, 동영상보기 등)은 한 번도 써보질 못했다. 왜냐면 부가기능을 쓰려면 네비게이션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1년 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 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로 재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