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우체국과 집배원을 활용한 공공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 오는 20일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공공 인프라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을 해결할 지원 체계 마련이 선결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정영한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과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우체국 공적역할 확대와 법제도 개선 필요성 토론회'에서 “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지방 소멸이 진행되면서 공공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며 “집배원 발걸음을 국민의 삶을 살피는 공공서비스 확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해 20%를 넘어섰고 2035년에는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 비중도 36%에 달하는 가운데 “누군가 정기적으로 문 앞을 찾아가 안부를 살피는 일 자체가 훌륭한 사회안전망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멸 위험 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66%인 150곳에 달한다. 정 과장은 행정과 금융 서비스마저 축소되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39%가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역량만으로 복지 공백을 메우기 어려운 만큼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우체국을 공공서비스 전달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증명서 발급과 행정서류 전달, 이탈리아는 여권과 증명서 발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집배원이 주 1~6회 노인 가정을 방문해 앱으로 안부를 알리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집배원 1만8000명, 복지 공백 메운다
국내에서는 전국 3300여 개 지역과 집배원 1만 8000여 명 등 우체국 인프라를 바탕으로 35개 공공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복지등기와 안부살핌 우편, 국민연금 안심 배달,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빈집 실태 확인, 폐의약품 수거 등이 대표적이다.
정 과장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표준화된 체계, 단말기로 결과를 즉시 기록하는 전산 기반, 오랜 기간 쌓아온 국민의 신뢰가 있어 새로운 조직이나 인력을 만들지 않고도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로 공공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우체국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 34만 가구를 찾아갔고 그중 40%인 14만 가구를 실제 복지 지원으로 연결했고, 도서·산간 가스안전 등은 직접 점검 비용보다 약 87% 비용을 절감했다”며 “우편물이 줄어도 매일 전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국민 눈에 보이는 공공 가치로 설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20일 시행되는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공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특례법 시행을 시작으로 성과가 검증된 지역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복지우편 대상과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공공서비스 확대에도 재정 지원은 한계
우체국의 공적 역할이 확대되는 것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재정 지원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서비스가 실비 수준의 수수료 구조로 운영되는 가운데 특례법도 현장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원보다는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법은 공공 서비스 부담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 비용보단 물류 자동화 위한 투자 재원 등 인프라 구축 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현재 우본 예산 지원은 제한적인데 공익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일반 회계 지원을 위한 법 개정과 노동자 고정 비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우본은 정부와 국민을 이어주는 국가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다”며 “우본이 지방 생활, 금융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회계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우정사업본부가 공공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예산과 제도적 지원을 확보하려면 기관장의 직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준화 조사관은 “우본은 규모는 차관급 청인데, 기관장은 1급 공무원이기에 장차관급과 동등하게 협상하기 어렵다”며 “기관장 직급을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인력 충원 없는 업무 확대.., 현장 부담 가중
현장에서는 공공서비스 확대에 따른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인력 증원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우본 공공 서비스가 현장 노동자 사전 소통 없이 추진되고 있고, 인력 충원조차 없는 상태”라며 “정부 행정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공적 역할이라는 이름 아래 현장의 고통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방식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공적 역할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지자체 우체국 구조조정을 막고 공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 전국민우체국본부 부위원장도 “현장에선 업무 미충원 사례가 많아 한 명이 쉬면 동료가 업무를 추가적으로 떠받고 있어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면 인력 증원도, 인력 관련 비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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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우체국의 공적 역할 확대에 맞춰 집배원 등 현장 인력의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특례법 시행으로 공공사업이 우정사업 본연의 업무로 자리 잡게 되면서 집배원과 우정 노동자가 공적 역할에 걸맞은 인력과 노동 조건, 안전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과방위원으로서 이날 제도 개선 과제와 현장 목소리를 입법과 예산,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