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과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사업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메뉴와 카테고리를 눌러 기능을 이용하던 기존 패키지 SW 방식에서 벗어나 그동안 축적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AI 전환(AX)을 직접 수행하는 산업 특화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준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산업AX·생태계 분과위원장 겸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은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AI페스타26'의 'AI 서밋'에서 'AI로 산업을 바꾸다: 산업AX, 전략에서 실행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날 한국이 AI 시대에 미국 빅테크가 개발한 모델과 서비스를 가져다 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운데이션 모델뿐 아니라 AI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 산업별 서비스까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현재 AI 시장을 스마트폰 산업이 형성되던 시기와 비교했다.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생태계의 주도권은 구글과 애플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지금 미국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도 많지만 그중 몇 개로 좁혀질 것"이라며 "우리가 단순히 API를 이용하는 특정 영역의 콘텐츠나 앱 제공업 정도만 할 것인지, 반도체까지 만들고 인프라까지 갖는 나라가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조직된 국가AI전략위원회 산업AX·생태계 분과를 통해 정부 AI 정책을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분과는 그간 총 50차례 회의를 열고 50개 소관 행동계획을 관리했다. 이 가운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45개 행동계획 과제를 정상적으로 추진했으며 제조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등 산업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는 별도 그룹을 만들어 상시 운영하고 있다.
내년 정부의 AI 관련 신규 사업 18개에 대해서도 사업 기획 방향과 예산 적정성 등을 자문·심의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바이오 AX, 에이전틱 AI 등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도 5차례 열었고, 행동계획을 기반으로 각 부처의 전략 수립을 지원해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와 비상경제 관계장관회의 등에 총 14건의 안건이 상정·의결되도록 힘을 보탰다.
덕분에 AI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정부 AI 예산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약 3조원에서 올해 9조9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16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 예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AI 반도체, 피지컬 AI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 산업AX·생태계 분과의 활약으로 정부 사업 방식도 AI 공급기업 단독에서 실제 데이터를 가진 수요기업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SW·AI 공급기업이 정부 과제를 수주해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제조·물류·서비스 기업과 AI 공급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다.
조 위원장은 "지금은 공급업체만 정부 과제를 따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데이터를 가진 제조기업이나 물류·서비스기업과 공급기업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조업이 산업 AX의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또 분과 활동을 통해 한국이 보유한 제조 기반과 현장 데이터를 AI 기업의 기술력과 결합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에 맞춰 정부도 현재 제조기업과 AI 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AX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앞으로 자율주행, 로봇 등 피지컬 AI 실증도 늘릴 것이란 계획도 드러냈다. 또 국내 AI 산업 가운데 자율주행 분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며 당초 200대였던 실증 규모를 3000대로 늘렸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은 약 7000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로봇 역시 1700대 규모의 공공·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역시 산업 AX 정책의 주요 축으로 올라선 만큼, 조 위원장은 현재 주요 정부 AI 사업을 에이전트 중심으로 확대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더불어 산업 AX가 확산되면서 국내 시스템통합(SI)·SW 기업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삼성SDS, LG CNS 등을 직접 거론하며 대형 SI 기업 역시 기존 시스템 구축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이 요구하는 형태로 AI를 실제 현장에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빅테크들도 자체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서 나아가 개별 고객의 AI 구축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봐서다.
더불어 피지컬 AI는 국내 기업이 새롭게 공략할 영역으로 제시했다. 로봇에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배터리와 온디바이스 환경까지 고려해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작업은 기존 SI보다 높은 수준의 통합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 패키지 SW 기업에는 더 강한 변화를 주문했다. 미국 빅테크가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 위원장은 "메뉴 형태로, 카테고리 형태로 눌러서 쓰는 시대는 지났다"며 "패키지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패키지를 많이 납품하며 경험을 쌓은 산업을 기반으로 산업 특화 AI나 AX 기업으로 변신하도록 유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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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보안도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분야로 지목했다. 기존 국내 보안 시장이 망분리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것과 달리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연결된 환경에서 SW와 AI로 위협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봐서다.
조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앞으로 AI 시대를 맞아 보안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며 "망을 분리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적으로, AI로 방어하는 시장은 앞으로 엄청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천기술 확보가 늦은 SW 기업들도 산업별 AX를 지원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