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시장 핵심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이 15 대 9로 통과되며 입법의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심해 해류는 지난 2025년 제정된 지니어스법과 이번 클래리티 법안이 맞물려 만들어낼 '온체인 금융 수익 구조 근본적인 재편'입니다. 블록체인 위에서 돈을 버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국가 전략
이 거대한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거시경제 관점을 짚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인 진짜 이유는 '미국 국가 부채 문제 해결'입니다.
베센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까지 최대 3조 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 자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해야 합니다. 즉, 전세계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려들수록 미 국채를 매입해주는 든든한 '고정 수요'가 생기는 셈입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조차 스테이블코인을 견제하면서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글로벌 유동성을 미 국채로 흡수해 '달러 패권'을 굳건히 하려는 국가적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패시브 이자의 종말
지니어스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고객에게 직접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 것입니다. 전통 은행권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거대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과거에는 지갑에 달러 연동 가상자산을 넣어두기만 해도 상당한 무위험 수익(패시브 이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의 지적처럼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같은 대형 거래소가 자체 자금을 투입하며 이용자에게 연 4~5.5%의 '보상금(리워드)'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이자를 제공하는 것처럼 포장한 과도기적 '편법'일 뿐입니다. 언제 규제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마케팅 비용 경쟁이죠.
제도 변화의 파장을 이해하려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성장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잔액은 2020년 약 250억 달러에서 2025년 말 약 28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를 2030년 3조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Y 조사에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기업은 13%에 불과하지만 비사용 기업 절반 이상이 향후 6~12개월 내 도입을 예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쟁점은 거대한 달러 유동성이 어떤 구조로 이동할지에 관한 경쟁입니다. 결국 이자를 받지 못하는 수조 달러 막대한 자금은 새로운 수익처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의 대이동: 어떤 탈중앙화 금융(DeFi)이 부각될 것인가?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결제 및 가치 저장 수단(달러 인터넷)'으로 성격이 명확해졌습니다. 결국 수익을 원하는 막대한 자금의 최종 도착지는 온체인 상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모든 디파이(DeFi)가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코인을 맡기고 정체불명의 자체 토큰으로 이자를 지급하던 1세대를 넘어, '구조화된 온체인 크레딧' 역량을 갖춘 프로토콜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모포(Morpho)나 스카이와 같은 플랫폼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예치와 대출을 넘어, 전통 금융권 수준의 정교한 담보 가치 평가, 기관 등급 실물연계자산(RWA) 연동, 리스크에 따른 차등 금리 모델을 제공합니다.
기관 자본 진입 장벽을 푸는 SAB 121 폐지
이러한 혁신에 폭발력을 더하는 것이 클래리티 법안에 포함된 'SAB 121 회계지침의 폐지'입니다.
그동안 SAB 121은 은행이 이용자 암호화폐를 대신 보관(수탁)할 때 막대한 자본을 쌓도록 강제하는 규정이었습니다. 사실상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었죠.
이 제약이 해소되면서 전통 은행과 기관 투자자의 막대한 자본이 합법적으로 온체인 금융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렸습니다. 기관의 자본과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결합되면, 가상자산 시장은 거대한 유동성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 웹3, 핀테크 산업을 위한 제언
미국 발 '달러 인터넷'의 재편은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첫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재 해외를 모방하고 있는 단순한 '보상금 지급(리워드) 마케팅'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글로벌 규제 기조가 확산될 경우, 언제든 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상장하는 것'에만 집중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신뢰 기반의 자산 운용(Asset Management)'으로 비즈니스 핵심을 전환해야 합니다. 기관 자금이 유입될 RWA 시장에 대비해, 우량한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안전하게 구조화할 수 있는 핀테크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Noone21 대표 이력>
• 2025 ~ 현재: Noone21 대표이사, 포항공대 CCBR(Center for Cryptocurrency & Blockchain Research) 부센터장, <코어 스테이블코인> 저자
• 2023 ~ 현재: 수호아이오 사업 및 전략 고문
• 2018 ~ 2023: 람다256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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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 2018: SK텔레콤 전무이사 (서비스 플랫폼)
• 2008 ~ 2016: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이사 (삼성페이, 챗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