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 속에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고용 확대와 일자리 질 개선 성과까지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다. 뷰티 브랜드 '스킨1004'를 운영하는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하 크레이버) 이야기다. 2023년 약 80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395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6600억원을 넘어섰다.
크레이버는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6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됐다. 일자리를 많이 만든 것뿐 아니라 청년과 여성 등 다양한 인재의 고용을 확대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한 점을 인정받은 결과다.
빠르게 성장하는 K뷰티 기업이 어떻게 인재를 확보하고, 직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을까. 최근 서울 강남구 크레이버 본사에서 만난 김수연 피플본부장은 그 답을 '회사와 구성원의 동반 성장'에서 찾았다.
김 본부장은 "회사가 성장한 것은 구성원들이 함께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크레이버는 스킨1004를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국내 뷰티 브랜드의 해외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코스트코 14개국 유통망을 비롯해 얼타 뷰티, 부츠, 아이허브 등 100개 이상의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등에도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64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평균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전체 직원 중 만 34세 이하 청년 비율은 81.6%, 신규 채용 인원 중 청년 비율은 83.8%에 달한다. 여성 근로자 비율은 75.5%, 여성 직책자 비율은 57.7%다. 직원 평균 연령은 31세다.
김 본부장은 "빠르게 사람을 많이 채용했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양질의 근로환경을 유지하고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한 점 등이 의미 있게 평가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효율적인 업무 시간 사용...몰입 환경 마련 중요"
크레이버의 근무제도 중 눈에 띄는 것은 매월 넷째 주 금요일에 시행하는 전사 휴무다.
일부 기업이 주 4일제나 격주 4일제를 운영하면서 다른 근무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과 달리, 크레이버는 별도의 근로시간 보충 없이 해당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한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휴일을 늘리려는 취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주어진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비생산적인 일을 줄여 생산적으로 일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퇴근 시간도 직원이 직접 정한다.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개인 일정이나 협업 상황에 따라 매일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정된 근무시간에 맞춰 PC 사용 시간이 관리된다.
복리후생 제도도 회사 성장에 맞춰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건강검진 지원 대상을 임직원 본인에서 직계가족 1명까지 넓혔다. 임직원 전용 쇼핑몰에서 자사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신제품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회사는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만큼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임신한 직원과 해당 팀 리더에게 모성보호 관련 제도와 업무상 배려가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며, 육아휴직과 가족돌봄휴가 등은 성별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남성 직원들도 관련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생애주기에 따라 발생하는 일들이 업무에 영향을 미쳐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들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본부장은 "경영진도 단순히 복지제도를 늘리는 것보다 직원들이 업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며 "직원들을 위한 제도를 제안했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K뷰티 인재 경쟁 치열…주도성 중요"
글로벌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크레이버 채용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최근 K뷰티 업계의 채용 시장에 대해 "산업 자체가 호황이다 보니 인재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새로운 국가와 유통 채널로 진출하면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사업에서 언어 능력은 이제 기본적인 역량"이라며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고객 관점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도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브랜드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제품과 글로벌 유통망, 마케팅, 고객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크레이버가 채용 과정에서 중요하게 살피는 역량은 주도성과 학습 능력, 협업 능력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상사의 세세한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본부장은 "새로운 국가나 채널에 진출하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빠르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며 "자신의 업무에 애정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크레이버와 잘 맞는다"고 봤다.
경력직 채용에서도 과거 직무 경험만으로 역량을 판단하지 않는다. 기존 회사에서 업무를 잘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새로운 환경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면접에서 업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잘할 수 있다고 답한다"며 "과거 어떤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했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직원 400명 시대 눈앞…이제는 인재 밀도 높일 때"
크레이버는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3일간 온보딩 교육을 진행한다. 주요 사업부서 직원들이 직접 회사의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외부 전문가가 비즈니스 매너와 효율적인 업무 방식 등을 교육한다.
최고경영자(CEO)와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신규 입사자들이 함께 회사의 핵심 가치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입사 이후에는 약 3개월간 같은 팀의 기존 직원이 업무와 조직문화 적응을 돕는 '버디 제도'를 활용한다.
부서 간 교류를 위해 노사협의회인 '크레이버 브릿지'를 통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취미 중심의 교류 활동을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직원들이 관심 있는 지역을 선택해 K뷰티 트렌드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팀을 이뤄 플래그십 매장 등을 방문하고 교류하는 방식이다.
김 본부장은 "짧은 기간에 직원이 급격히 늘면서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며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크레이버의 인재 전략은 채용 규모 확대보다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이제는 단순히 채용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인재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역량 있는 직원들이 오래 근무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 역시 회사의 노력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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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구성원들이 애사심을 갖고 업무에 몰입해준 것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직원들에게 더 좋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