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웨어러블 기기, 커피 메이커에 이르기까지 스크린은 이제 일상생활 곳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옷감 자체를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매체 뉴아틀라스는 싱가포르 국립대(NUS) 연구진이 평범한 천을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 기술은 옷감에 별도 스크린을 부착하지 않고 원단 자체가 화면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영상을 재생하고 알림을 표시할 수 있으며, 체온을 측정하거나 손가락 터치에 반응하는 기능도 갖췄다.
핵심 기술은 초소형 LED 칩과 전기 연결부, 터치 감지층을 통합한 특수 전자 섬유다. 각 섬유는 두께 약 1㎜, 길이 약 10m로 제작됐다.
옷감이 곧 디스플레이…'디지털 픽셀 섬유' 개발
그렇다면 이 기술은 어떻게 작동할까? 핵심은 연구진이 '디지털 픽셀 섬유'라고 이름 붙인 전자 섬유에 있다.
각 섬유는 길고 유연한 플라스틱 실 형태로, 내부에 초소형 LED 칩과 미세한 전선, 터치 감지층이 일렬로 배열돼 있다. 각각의 LED는 독립적인 픽셀 역할을 하며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전선은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LED가 어떤 색상을 표시할지 제어하는 신호를 전달한다.
이처럼 다양한 전자 부품을 실처럼 가늘고 유연한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먼저 초소형 RGB LED 칩 수 천 개를 일렬로 배열한 뒤, 그 위에 절연 처리된 초미세 구리선을 여러 가닥 연결했다. 이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레이저를 이용해 LED와 연결해야 하는 부분의 절연체만 정밀하게 제거했다. 이후 납땜과 가열 공정을 거쳐 녹은 금속이 절연체가 제거된 구리 부분에만 접합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2만 개 이상의 전기 연결부를 활용해 5000개 이상 전자 칩을 하나의 섬유 구조에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이 전자 섬유 54개를 소매 형태의 장치에 내장했다. 각 섬유에는 LED 96개가 들어 있어 총 96×54화소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화면 크기는 168×105㎜이며, 초당 30프레임의 화면 재생률과 8비트 색심도를 지원한다.
최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해상도는 낮지만, 간단한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그래픽 인
터페이스를 표현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실제 시연에서는 사진과 동영상을 표시하고 계산기를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동영상은 초당 30프레임으로 재생할 수 있었으며, 체온을 표시하거나 나침반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했다.
LED를 부착해 빛을 내는 의류나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옷감에 결합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왔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별도 제작한 화면을 옷에 붙이는 대신 섬유 자체가 빛을 내고 손가락의 접촉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세탁기로 50회 돌리고 1000번 구부려도 성능 유지
내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수많은 전자 부품이 들어갔지만 연구진의 실험 결과, 해당 전자 섬유는 세탁기로 50회 세탁하고 1000회 구부리는 과정을 거친 뒤에도 디스플레이와 터치 기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았다.
5000 개 이상 칩과 2만 개 이상 전기 연결부를 통합하면서도 섬유 특유의 유연성과 통기성을 유지했다는 점 역시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다.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의류를 들 수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소매에 표시되는 알림이나 내비게이션 안내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의류에 내장된 센서가 체온과 심박수 등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착용자가 옷감에 표시되는 화면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운동선수들은 이러한 의류를 활용해 운동 능력과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작업자가 소매에 표시되는 안전 경고나 작업 지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 착용자의 상태와 주변 환경에 지능적으로 반응하는 스마트 의류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구진은 더 작고 얇은 전자 부품을 적용해 섬유의 두께를 줄이고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욱 정교한 센서와 기기 자체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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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디스플레이와 터치 감지, 지능형 처리 기능을 하나의 섬유 플랫폼에 결합해 착용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차세대 스마트 의류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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