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민간에 맡기면 대기업 독식…정부가 주도해야"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국회 포럼서 "수직계열화한 대기업 유리"

IT 일반입력 :2026/10/21 17:42

"K-로봇 생태계를 민간 자율에 맡기면 수직계열화한 소수 대기업만 승자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AI(인공지능)·로봇 산업 생태계 전략 포럼'에서 국내 로봇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이처럼 진단하며 "정부가 후방 지원을 넘어 산업을 이끄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가 21일 국회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대표는 로봇이 실제 고객사에서 활용되려면 ▲로봇 제작 기업 ▲AI 개발 기업 ▲시스템통합(SI) 기업 ▲최종 고객 등 4개 주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핵심은 데이터베이스인데, 4개 주체가 연합된 공간에서 데이터 주도권은 당연히 이를 실제 활용하는 원천 수요기관이 가지려 할 것"이라며 "국내 1등 기업이 자사 제조 공간을 개방해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제조 현장 데이터 공유가 막힌 상황에서 AI 로봇을 구현할 수 있는 주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한 대기업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테슬라는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면서 로봇도 만들고, AI 기술과 자체 SI 역량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어 로봇을 제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나 삼성 같은 대기업은 자체 수직계열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기업 생태계 불균형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 대기업은 1% 수준이고 98.6%가 중소기업이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이미 60%를 넘었다"며 "중소기업이 역할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에서 로봇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 경쟁 상대인 중국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해법은 정부 역할 확대다. 정부가 단순히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거나 후방에서 일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정부가 보유한 공공 자원과 시설을 결합해 직접 시장을 여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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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한국 정부는 국가연구기관, 국립대학교, 공공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물류를 담당하는 우체국, 병원, 원자력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실제 산업 현장에 해당하는 훌륭한 유틸리티 리소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 좋은 자원을 이끌 리더가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공공 리소스와 시설을 AI 로봇 산업의 적용 현장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산업 외연을 기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과 일상 공간으로 넓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 대표는 "로봇을 현장에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지 담론이 필요하다"며 "정부기관이나 대학 캠퍼스처럼 일상 대형 공간에 로봇을 배치하고, 시민들이 로봇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는지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