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학 이경무 교수, AI 시대 연구자 경쟁력은 '논문 수' 아닌 '질문'

코딩·실험·논문 작성까지 AI 자동화…논문 생산보다 새로운 질문과 창의성 강조

컴퓨팅입력 :2026/10/20 14:38

국내 컴퓨터 비전 분야 권위자인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가 인공지능(AI) 시대 인간 연구자 생존 조건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다.

이 교수는 20일 고려대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AI 테크 데이 2026'에서 AI가 코딩과 실험, 논문 작성까지 수행하면서 기존 연구자의 역할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거나 논문을 많이 쓰는 능력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왜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2022년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적 AI 학술지 'IEEE TPAMI' 편집장에 오른 인물이다.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ICCV) 2019 조직위원장과 한국컴퓨터비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으로도 선정됐다. 2025년 기준 연구 논문 누적 피인용은 4만 9000회를 넘었으며 삼일문화상과 홍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이경무 서울대 교수는 AI 시대 인간 연구자 생존 조건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교수는 AI가 실제 연구를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과 진행한 실험을 소개했다. 연구에 투입한 AI 에이전트는 총 12개다. 여러 AI가 연구팀처럼 역할을 나눠 자료 조사부터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수행하도록 했다.

연구 과제는 흐릿한 사진을 선명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이었다. AI는 먼저 관련 논문을 읽고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어 성능을 개선할 방법을 제안하고 직접 코드를 작성해 실험했다. 실험 결과를 검토한 뒤에는 논문 초안까지 완성했다.

성과도 있었다. AI가 제안한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기술보다 일부 개선된 성능을 얻었다. 사람이 맡아온 연구 과정 상당 부분을 AI가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AI 활용이 늘면서 학술 논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 컴퓨터 비전 학술대회 'CVPR'에 제출된 논문은 지난해 1만 3008편에서 올해 1만 6092편으로 24% 증가했다. 이 교수는 AI가 코딩과 논문 작성 등을 지원하면서 연구 생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 수가 늘어나는 만큼 연구 성과의 질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발표된 논문 가운데 다른 연구자들에게 널리 인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는 것보다 기존에 없던 지식을 발견하고 학문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진행한 AI 연구 자동화 실험에서도 한계가 확인됐다. AI는 주어진 과제의 성능을 개선하고 논문 초안을 작성했지만 세계적 학술대회에서 인정받을 만큼 독창적인 연구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는 부족했다. 연구 과정에서도 사람의 개입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 연구자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상상력과 창의성, 철학적 사고를 꼽았다. AI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만큼 연구자는 어떤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연구자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에게도 해당한다.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면 기존 상식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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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 새로운 질문을 발굴하기 위해 '그랜드퀘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이 전공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사업이다. 서울대는 'AI 시대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AI는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 등 6개 질문을 연구 의제로 선정했다.

이 교수는 "AI 리서처는 우리가 던져주는 문제를 잘 만들어낼 뿐이지 그 문제를 생각하지는 못한다"며 "질문하는 능력을 지금부터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