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의원 "문화유산 쌓아둘 곳 없다”…수장고 포화

수장시설 확충은 2030년에나 가능…보관 한계 초과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15 15:54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의 수장고가 잇따라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문화유산 보존·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의원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립 문화시설의 수장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7월 기준 서울관 152.8%, 과천관 123.6%, 청주관 115.3%로 모든 주요 수장시설이 보관 한계를 초과했다. 일부 개별 수장고의 수장률은 200%를 넘었다. 향후 정부미술은행이 공공미술은행으로 확대되면 관리 대상 미술품이 3만여점 늘어나지만, 추가 보관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윤덕 의원. 사진=김윤덕 의원실

박물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수장률은 171%에 달했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14개 지방박물관 중에서는 국립전주박물관이 113.3%로 유일하게 수장 가능량을 초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약 44만점 가운데 실제 전시 중인 유물은 9000점으로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역시 올해 7월 기준 본관 서고 수장률이 100.74%로 한계를 넘어섰다. 도서관은 약 180만권을 세종관과 파주 등 외부 시설로 옮겨 수장률을 88.79%까지 낮췄지만, 이는 기존 자료를 다른 시설로 분산한 임시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2월 화재를 겪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유물 보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 10만5000점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 3개 기관에 나뉘어 보관돼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 이용은 별도 보관 협약 없이 시설 이용 협조 공문으로 갈음하고 있다. 외부 반출 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자체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험 가입 실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장고 포화를 해소할 시설 확충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에 추진 중인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는 총사업비가 453억원에서 863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예산은 0원으로, 당초 2027년이던 완공 목표도 2030년으로 미뤄졌다.

총사업비 423억원 규모의 경산 수장고 역시 사전타당성 평가가 진행 중으로, 완공 목표는 2030년이다. 두 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총 1286억원이지만 실제 수장 공간 확보까지는 4년가량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시설을 모두 완공하더라도 추가 수장 공간이 얼마나 유지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이 KDI에 제출한 자료에는 대전과 경산 수장고를 모두 건립해도 약 3년 6개월 뒤 다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31년간 수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이 계산에서는 수장률이 가장 높은 서울관이 제외됐다.

기관마다 수장률을 계산하는 기준이 다른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수장률은 지난해 언론에 공개된 92%에서 올해 6월 업무보고 144.5%, 7월 의원실 회신 152.8%로 달랐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수장고 1㎡당 보관 가능 유물 수를 기관별로 다르게 설정해 최대 11배 이상 차이가 났다. 국립중앙도서관 역시 집계 대상에 따라 수장률이 64%와 100.74%로 달랐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기관별로 분산된 수장시설 관리체계를 지목했다. 국가 전체의 수장 공간과 향후 수요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국민이 모은 문화유산을 국가가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포화는 지금인데 해법은 4년 뒤이고, 그나마 다 지으면 얼마나 버틸지 계산부터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어 "돈을 더 쓰자는 얘기가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기관별로 따로 짓는 각자도생을 끝내고 총량을 관리해 함께 쓰자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오는 19일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을 상대로 '국가 수장 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