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 메디인테크가 세계 최초 '전동식 내시경'으로 일본 기업이 장악한 연성 내시경 시장을 공략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 40조원인 내시경 장비 시장에서 올림푸스, 후지필름, 펜탁스 장비를 대체한다는 포부다.
최근 서울 종로구 메디인테크 본사에서 만난 이치원 대표는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 년간 광학 센서와 영상 화질 개선에만 매몰돼 의사들이 겪는 육체 피로와 질환을 방치해 왔다"며 "우리는 하드웨어를 전동화로 완전히 바꿔 의료진 직업병을 없애고, 나아가 인공지능(AI)이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내시경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의사들 직업병 원인 '기계식 와이어'
메디인테크는 내시경 장비 시스템 본체에 정밀 모터를 내장해 전기신호로 와이어를 당기는 '전동식 내시경'을 고안했다.
이 대표는 "스코프 조작부는 기존 경쟁사 제품 대비 무게를 40% 줄였다"며 "조작에 들어가는 힘 역시 기존 기계식 대비 최대 20% 수준(80% 감소)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제품 라인업은 의료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했다. 미세 제어가 요구되는 상급종합병원 치료 내시경용은 필요한 힘을 20% 수준으로 극대화해 낮췄고, 하루 수십 건 검진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1·2차 병원용은 60% 수준(40% 감소)으로 설정해 보급을 늘리고 있다. 1·2차 병원용은 기존 '손맛'에 익숙한 의사들 의견을 수용했다.
그간 병원 검진센터와 수술실에서 썼던 연성 내시경은 대부분 의사가 왼손으로 조작부(핸들)를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무거운 노브를 돌려 스코프 끝단을 상하좌우로 꺾는 방식이었다. 스코프 조작부 내부의 휠과 쇠줄(와이어)이 직접 연결돼 있어, 순수하게 손가락과 손목 악력으로 3m 길이 와이어를 직접 당겨야 한다.
이로 인해 내과 의사들은 손가락 근골격계 질환을 직업병처럼 달고 산다. 일본 기업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장비를 업그레이드했지만, 주로 카메라 센서나 영상 처리 소프트웨어 개선에 그쳤다. "조작부 하드웨어의 비직관적 구조와 물리적 피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장비 가격이 1억원대 중후반에서 최신형은 3억원에 육박하지만, 기기를 매일 다루는 의사들의 고통은 수십 년째 방치돼 온 셈이다.
본체 모터 제어로 '지연시간 0' 실현
과거에 내시경 전동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모터를 시스템이 아닌 스코프 손잡이에 집어넣으려다 실패했다. 모터가 들어가니 조작부가 무거워졌고, 검사 도중 모터가 고장나거나 멈출 경우 환자 체내에서 스코프를 안전하게 회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디인테크는 발상을 전환해 모터를 스코프 조작부가 아닌 시스템 본체에 배치했다. 조작부 무게는 가벼워졌고, 이상이 발생하면 본체와 스코프 연결만 분리하면 됐다.
그러나 모터를 본체에 두면 3m의 긴 와이어를 원격 제어해야 하는 기술 장벽이 발생한다. 2개의 모터만으로 굴곡진 소화관을 통과하는 3m짜리 와이어를 오차 없이 당겨야 하며, 조작부 신호가 스코프 끝단에 도달할 때의 '지연시간'을 완전히 없애 의사가 즉각적인 직관성을 느끼도록 구현해야 한다.
이 대표는 "기계공학 출신인 나와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명준 부대표를 필두로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연구개발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며 "모터 2개로 지연시간 없이 3m 와이어를 즉각 반응시키는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서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면 내재화
메디인테크가 난제를 풀 수 있었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풀스택 기술 내재화'와 '고속 피드백 루프'다. 창립 초기부터 하드웨어 설계뿐 아니라 제어 알고리즘, AI 소프트웨어까지 전 요소를 외주 없이 자체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 대표는 "과거 내시경 혁신을 시도했던 수많은 기업이 실패한 이유는 요소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해 외주에 의존했고, 의료 현장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모든 코어 기술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이 '버튼 위치나 텐션이 아쉽다'고 지적하면 다음 주에 개선한 시제품을 들고 찾아갔다"고 회고했다.
기민한 실행력은 보수적인 의료계 마음을 열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5년간 공동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니어급 교수진이 대규모 데이터 검수와 정답지 라벨링 작업에 발 벗고 나선 것도 메디인테크의 빠른 개발 속도와 진정성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비전 AI가 길 찾고 모터가 달린다...로봇 내시경으로 진화
하드웨어 전동화 진가는 AI와 결합할 때 드러난다. 기존 경쟁사의 비전 AI는 화면에 병변 위치나 진입 방향을 표시하는 데 그쳤다. 스코프를 실제로 움직이는 일은 여전히 의사 손에 맡겨졌다. 메디인테크는 모터 구동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AI가 경로를 판단하면 스코프가 스스로 방향을 틀어 진입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했다.
회사는 올해부터 서울대병원과 6년간 200억원 규모 2단계 국책과제를 수행한다. 의사의 양팔 동작까지 로봇화하는 것이 목표다. 환자 침대 옆 로봇암이 내시경을 잡고, 의사는 콘솔에서 원격 시술하는 방식이다. 복강경 수술이 다빈치 로봇으로 넘어간 것처럼 연성 내시경에서도 수술 로봇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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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식 내시경 '인티온 에스'는 식약처 허가를 받고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올림푸스 최신 기종 절반 이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인허가를 받았다. 내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목표다. 이후 유럽인증(CE MDR)도 순차 추진한다. 연간 시스템 200대, 스코프 400대 수준인 생산능력은 내년에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차세대 로봇 플랫폼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해 흑자전환은 2028년 말이나 2029년 초로 본다"며 "중장기로 국내외 매출 비중은 5대 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IPO)은 2028년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