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정의 바뀌나"…역사상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 나왔다

싱가포르 연구진, 루테튬 기반 원자시계 개발

과학입력 :2026/10/02 14:55

역사상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가 개발돼 '1초'의 물리적 정의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열렸다.

싱가포르 연구진이 루테튬 원자를 이용해 사상 최고 정밀도 원자시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어스닷컴 등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머레이 배럿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물리학과 교수이자 NUS 양자기술센터(CQT) 수석 연구원이 주도한 연구팀이 개발한 원자시계는 소수점 이하 19자리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이는 기존 세계 기록 원자시계보다 정확도가 약 41% 향상된 수치다. 

루테튬 원자시계 내부 근접 사진 (이미지=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양자기술센터)

원자시계는 1950년대부터 활용돼 왔다. 상용 원자시계는 은백색 금속인 세슘을 이용해 제작됐으며, 시간 측정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도량형국(BIPM)은 1968년 세슘-133 원자가 방출하는 전자기파가 91억 9000만 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공식 정의했다.

세슘 원자시계는 과학적 시간 측정과 일상생활의 표준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이터븀(Yb)과 스트론튬(Sr) 같은 다른 금속 원자를 활용한 광격자 시계 등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원자시계는 GPS, 인터넷 데이터 동기화, 금융 거래, 군사 기술 등 현대 문명의 핵심 기반 기술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 원자시계조차 주변 온도, 자기장, 미세한 중력 변화 등 환경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해 오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루테튬-176' 기반 원자시계는 이런 외부 환경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했다. 논문 공동 저자 머레이 배럿 교수는 정밀한 시간 측정을 '초장거리 마라톤'에, 시계에 사용되는 원자를 '달리기 선수'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은 선수가 페이스를 잃지 않고 완주하도록 돕는 것인데, 루테튬은 선천적으로 엄청난 지구력을 가진 운동선수와 같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물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초정밀 원자시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양자기술센터)

실제로 루테튬-176 원자시계는 외부 자극에 매우 강하다. 다른 원소를 사용하는 초정밀 시계는 주변 온도를 수천 분의 1도 단위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루테튬 시계는 외부 온도가 5도 이상 변동해도 정확도를 유지한다. 연구팀은 여기에 원자 진동의 상쇄 효과를 이용한 ‘초미세 평균화(Hyperfine averaging)’ 기술을 적용해 중력장이나 자기장 등에 의한 미세한 오차까지 최소화했다.

BIPM은 이처럼 발전한 현대의 원자시계 기술을 바탕으로 오는 2030년경 '초'의 정의를 재정의할 계획이다. 현재 새로 개발된 루테튬 원자시계가 가장 강력한 차세대 표준 시계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는 전했다.

관련기사

아울러 이번 연구는 차세대 시간 표준 제정뿐만 아니라 기초 물리학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중력파 탐지, 미세한 중력장 변화 측정은 물론, 우주를 구성하는 물리 상수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지 검증하는 등 우주의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푸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배럿 교수는 "일부 물리학자들은 물리 기본 상수가 실제로 미세하게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며 "초정밀 원자시계는 이러한 상수가 정말 불변인지 탐구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