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을 따라 흐르는 맑고 푸른 강과 호수가 녹슨 물처럼 주황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은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알레스카 브룩스 산맥 일대 강물의 금속 농도가 평소보다 최대 70배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지구물리학회(AGU)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GU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진 등이 주도한 연구팀은 브룩스 산맥 6개 유역에서 물 샘플을 채취해 시간에 따라 강물의 화학적 성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생태학자 존 오도넬은 "비행기를 타고 주변을 더 많이 둘러볼수록 주황색으로 변한 강과 개울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어떤 곳은 마치 우유빛 오렌지주스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영구동토층 녹아 기반암 광물 누출
UC 데이비스 환경독성학자 브렛 폴린은 이 주황색 얼룩이 금속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산성 광산 배수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 주저자 UC 데이비스 폴린 연구실 소속 환경화학자 테일러 에빙거는 이른바 '녹슨 강' 현상이 북극 영구동토층의 해빙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물이 과거 얼어붙어 있던 토양 깊숙이 스며들고, 그 과정에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기반암의 광물과 접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광물이 산화되면 철, 알루미늄, 망간, 아연, 니켈, 카드뮴, 희토류 원소 등의 금속이 방출돼 수로로 흘러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강물이 녹슨 것처럼 주황색으로 변하게 된다. 실제 일부 물 샘플에서는 산성 광산 배수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산성도가 높고 금속 함량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샬먼강에서는 이러한 누출로 인해 금속 농도가 평소보다 최대 70배 높아졌으며, 이 같은 현상은 오염 발생 지점에서 약 97㎞ 하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알래스카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된 2019년과 이후 비정상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 겨울을 거치면서 대량의 금속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에빙거는 "눈이 많이 내리면 토양을 단열해 다시 얼어붙는 것을 막는다"며 "토양이 녹으면서 물이 토양 깊숙이 스며들어 이러한 광물과 상호작용했고, 이로 인해 여러 유역에서 거의 동시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 오염, 지역 생태계 영향 우려
문제는 이처럼 갑작스럽게 유입되는 산성 물질과 금속이 강에 의존하는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북미 영구동토 지역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에 대한 보고가 잇따랐으며, 산성 암석 배수가 200개 이상의 강과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린은 "이 과정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북극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거나 평가할 때 고려되지 않았던 현상"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북극 전역의 강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녹슨 강'은 캐나다 북부와 북극 지역을 비롯해 영구동토층이 존재하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칼턴대학교 지구과학자 엘리엇 스키어즈칸은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러한 광범위한 변화는 수자원과 수생 생태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수역으로 유입되는 독성 금속과 낮아진 pH는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산성화된 강 주변에서 광범위한 식물 고사와 함께 연어와 흰살생선 등 주요 어종을 비롯한 여러 수생 생물의 감소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강과 물고기에 생계를 의존하는 알래스카 원주민을 비롯한 북극 지역의 농촌 공동체가 특히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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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까지 브룩스 산맥 지역에서는 이 같은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에빙거는 "대규모 물고기 폐사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식수 수질 문제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관찰된 수치는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 개의 유역에 산성 암석 배수가 유입되고 있다. 이 강들은 아직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기후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