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AI·DX 중심 혁신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가 임무형 R&D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박세웅 ETRI 원장은 지난 29일 취임 4개월을 맞아 ETRI 대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ETRI 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큰 연구에 도전하며,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국가임무 중심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밑그림이다.
박 원장은 ‘AI·DX 혁신으로 이끄는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ETRI 비전으로 제시했다.
"PBS(연구성과중심제) 폐지는 ETRI가 다시 한번 국가대표 ICT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울타리를 깨는 R&D 체질부터 바꿔 나갈 것이다.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박 원장은 연구사업 구조를 기존의 경쟁적 수탁과제 중심에서 기관 고유 임무와 국가 전략임무 중심의 ‘임무형 R&D 체계’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22% 수준인 임무형 연구 비중을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원장은 "경쟁형 수탁 연구는 중요·필수 정부 수탁사업 등을 중심으로 대폭 조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출연금 인건비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여 연구자들이 과제 확보 경쟁보다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향후 3년간의 경영 구상을 피력했다.
"앞으로는 ‘어떤 과제를 따올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가 ETRI에 맡긴 임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TRI가 해야만하고 연구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를 분명히 하겠다.”
ETRI는 이를 위해 전략연구기획단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통합기획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부서별 칸막이를 낮추고 국가 임무 중심의 대형과제를 기획하는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기획 프로세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 전략기술뿐 아니라 사회 난제, 지역 균형성장, 글로벌 협력, 출연연 융합 등으로 전략기획의 영역도 확대한다.
연구는 AI, 피지컬 AI, 입체통신, 공간결합, AI디지털전환(ADX)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집중형 R&D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
AI 분야에서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 AI-무선접속망(RAN)과 6G를 결합한 AI 고속도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로봇지능 등을 핵심 연구 축으로 육성한다.
특히 AI 연구의 핵심 기반인 컴퓨팅 인프라를 강화한다. 원내 GPU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를 확충하는 한편, 출연연 간 GPU 공동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센터 지정을 추진하는 등 ETRI의 AI 연구 인프라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중인 AI 3강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AI3강의 끝자락을 차지한다. 1, 2위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 연합군을 형성하고,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주도권을 갖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름 생존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박 원장은 채근과 함께 현실적인 안타까움도 토로 했다. 중국의 996 시스템(9시출근-9시 퇴근, 일주일에 6일 근무)을 우리가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
"우리나라가 한해 배출되는 이공계 인력이 20만명인 반면 중국은 매년 500만명씩 쏟아진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면, 세계 제1은 중국이 될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우리보다 30배 많은 인력이 2배 더 많이 일한다. 서로 힘을 모아,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
박 원장은 “모든 것을 조금씩 잘하는 연구기관보다는 국가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ETRI가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독보적인 코어 기술, 이른바 ‘필살기’를 확보해야 한다”며 “강점은 더욱 강하게 만들고 아직 기술적 공백이 있는 분야에는 과감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ETRI 연구본능'을 깨울 나름의 제도적 복안도 제시했다. 경계없는 플레이어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플레이어로 선정되면, 연구 시간의 80%를 자율·몰입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도 강화한다. CEO와 구성원의 대면소통, 백브리핑, 주니어보드 등을 활성화해 직급과 조직의 경계를 넘어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헤테라키(Heterarchy)’형 조직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박 원장은 또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탑티어 논문 가운데 ETRI 연구 성과가 차지하는 비중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술사업화도 강화한다. 기술 스케일업과 창업 일체형 R&D, 기술 자문 등에 내부 연구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ETRI 스타트업의‘씨앗키움·성장케어’를 강화해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산업과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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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본질적 혁신(Essential) ▲개방적 포용(Embracing) ▲연구활력 제고(Exciting) ▲탁월한 성장(Excellent) 등 이른바 ‘4E 콤비내이션' 혁신전략을 기반으로 본질적 혁신’을 지향해 나갈 계획이다.
박 원장은 “연구기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도전을 응원하며 성과에는 제대로 보상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연구자가 행정 때문에 연구를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연구 현장의 작은 불편부터 하나씩 걷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