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응급처치하라는 법이 맞나"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

헬스케어입력 :2026/09/30 07:00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빨리 살리려고 있는 곳이지, 집에서 병원까지 빨리 데려다 놓으라고 있는 곳은 아니다. 한 번이라도 의료현장에 와서 봤다면 내지 않을 법안이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을 두고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이하 의사회)는 29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8개)의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 제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은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아니라 응급실 미수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면책은 요원하고 ‘강제 의무’만 남은 강압적인 입법이고, 현장을 무시한 비현실적 독소 조항을 담고 있는 근본적 문제 해결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의료진에게 책임과 처벌은 남겨둔 채, 환자수용 ‘의무’와 처벌 조항만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있고, 졸속 시범사업과 실효성 검증 없는 지침을 근거로 수용을 강제하는 것은 무책임한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시설·인력·장비 및 최종치료 인력 부족은 실시간으로 객관적 증명하는 것과 응급실에서 매시간 수용불가 상황을 확인·보고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해 처벌한다면 의료현장에 무조건적 강제 수용을 강요하는 폭력이 될 것이고, 최종치료 역량이 없는 상황이라면 기존 환자와 이송된 환자 모두를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안 조율 및 후속 시행규칙 개정에 반드시 현장 전문가 참여 ▲응급의료 발전계획 수립에 응급의학과 참여를 요청하며, 강압이 아닌 현장 전문의에 의한 수용여부 결정, 민형사적 면책을 위한 EMTALA와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 119유료화와 같은 과밀화 대책, 취약지의 인프라 개선을 위한 유연한 인력계획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이라며 강하게 정부를 비난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의사를 밝혔음에도 현장과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라며 “현장 전문의들의 93%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일부의 찬성으로 마치 합의한 것처럼 포장해 복지위원회 소위와 상임위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강제수용이라는 행정적 권위로 개인에게 전가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현장의 무력감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고압적인 자세는 분노와 좌절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라며 “이 법은 협의된 적도 없고 찬성한 적도 없으며 응급실 미수용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과적으로 응급의료 이송체계는 20년 전으로 후퇴했고, 무차별 이송으로 의료진을 포함해 치료받던 환자, 이송된 환자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예산낭비,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과거 응당법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흑역사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모든 문제는 수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고, 현재의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은 지난 세월 잘못된 정책적 판단에 대한 성적표이다”라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법적 위험성 감소, 과밀화 해소, 인프라 확충 등의 선결 과제 해결 없이는 절대 해결되지 않고, 정부와 관계기관이 응급의료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을 왔을 때 필요한 것은 응급처치가 아니라 수술인데, 응급처치를 않했냐고 하는 것은 바보 같은 말이다. 문제는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수술이 시급한) 환자를 받는 것이 의료현장 입장에서 맞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환자를 보는 것은 복지부가 아닌 의료현장의 전문의다. 그렇다면 현장이 바라는 정책을 해야지 굳이 현장에서 아니라는 정책을 하려는 이유도,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도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마지막 법안소위 때 ‘현장 응급의학 전문의의 판단’이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다. 당연히 정당한 사유이지만 인정하지 않았다”라며 “의사가 환자 얼굴을 봐야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보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 확실히 결정되고 면책을 해준다면 거부할 일이 없다.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는데 빙빙 돌아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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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렇게 강제로 환자 수용시키면 환자 살아나나. 현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환자와 의료진의 권익을 보호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부와 복지부가 바라는 응급의료 개혁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빨리 살리려고 있는 곳이지, 집에서 병원까지 빨리 데려다 놓으라고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복지부나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의료현장에서의 포기다. 의견 내는 자체를 주저하게 되고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안 하면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현장의 반발을 넘어 직업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