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체내 의료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섭취 가능한 종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공학(Nature Chem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종이로 만든 섭취 가능한 배터리는 체내에서 최대 3일 간 작동한 뒤 서서히 분해된다.
현재까지 이 배터리는 돼지를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실험 결과 돼지 체내에서 최대 3일 동안 의료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사람에게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다면 체내에 일시적으로 삽입되는 의료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로는 출혈 감지기, 약물 투여기, 특정 조직이나 장기를 자극하는 장치 등이 있다.
종이 배터리, 어떻게 작동하나
체내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크기가 큰 데다 내부 물질이 주변 조직으로 새어 나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손상을 막기 위해 밀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배터리는 마그네슘-삼산화몰리브데넘(Mg-MoO₃) 종이 배터리로 산성인 위장관에서 서서히 용해되는 물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체내에서 유해한 파편이나 독성 부산물을 남기지 않고 분해·흡수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를 결합제로 사용해 배터리를 얇고 다공성인 종이 형태로 제작했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종이 구조는 배터리의 강도를 높이고 열화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배터리가 위산에 의해 너무 빠르게 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밀랍으로 표면을 코팅했다. 일부 버전에는 칸델릴라 왁스 층을 추가해 배터리를 더 오랫동안 보호하도록 했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왁스 코팅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제품의 기능적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설계 요소”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버전의 배터리를 제작했다. 실험실 테스트에서 소형 배터리는 약 1.77볼트(V)의 전압을 생성했으며, ㎠당 2밀리암페어시(mAh)의 용량을 보였다. 대형 배터리는 약 1.84V의 전압과 최대 3.5mAh의 용량을 나타냈다.
체내 테스트 결과는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캡슐에 배터리 시제품을 넣은 뒤 내시경을 이용해 돼지에게 경구 투여했다. 두 배터리 모두 최대 3일 동안 작동했지만 전압과 용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했다. 대형 배터리의 전압은 하루 만에 약 1.8V에서 1.6V로 떨어졌으며, 3일째에는 약 1.45V까지 낮아졌다. 소형 배터리 역시 같은 기간 1.7V에서 1.35V로 전압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배터리를 이용해 돼지 체내에 삽입된 무선 RFID(무선 주파수 식별) 태그와 전기 자극 장치의 회로기판(PCB)에 전력을 공급했다. 연구진은 RFID 태그를 식도에 삽입했으며, 태그는 최대 1.5m 떨어진 수신기와 통신하면서 돼지가 약물을 삼킨 시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생체전자공학 분야 선구자인 존 로저스 노스웨스턴대학 재료과학자는 “대형 동물 모델에서 전체 장치가 위장관을 통과하는 동안 배터리가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와 생분해성 부품은 체내에서 분해됐지만, 전자 회로기판은 분해되지 않고 돼지의 배설물을 통해 자연적으로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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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는 “장치의 모든 부품을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면 남은 부품이 위장관에 걸릴 위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가장 큰 과제로 배터리의 작동 수명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고장 시점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꼽았다. 또한 사람의 위장관과 보다 유사한 환경에서 장기간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