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토큰 주식 거래 허용…5년간 ‘혁신 면제’

거래소 등록 없이 온체인 거래 가능…배당·의결권 등 주주 권리 보장해야

IT 일반입력 :2026/09/18 09:06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SEC는 17일(현지시간)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관련 성명을 내고 “토큰화증권 거래 플랫폼(TSV)에서 토큰화된 주식을 제한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시적이고 조건부인 혁신 면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TSV는 SEC가 이번 혁신 면제에서 새롭게 정의한 주식 토큰 거래 플랫폼이다.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라이선스 방식이 아니라 SEC가 정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절차를 이행하면 향후 5년간 국가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고도 미국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기존 주식처럼 의결·배당권 권리 부여해야

TSV는 기존 증권거래소처럼 오더북을 통해 매수·매도 주문을 연결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스마트컨트랙트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기반 유동성 풀과 자동화마켓메이커(AMM)를 활용할 수 있다. 

AMM은 유동성 풀을 기반으로 기존에 설정해둔 조건에 따라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다만 토큰화가 가능한 주식은 실제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토큰으로 제한된다. 단순히 특정 주식 가격만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배당권과 의결권 등 기존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가령 애플 주식에 의결권과 배당권이 있다면 토큰화된 애플 주식에도 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 애플 주식 거래가 중단될 경우 토큰화 주식 역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유동성 등급에 따라 거래 가능한 종목과 거래량에도 제한을 뒀다. 

유동성이 가장 높은 주식의 경우 각 플랫폼에서 최대 75개 종목을 토큰화할 수 있으며, 종목별 평균 일일 거래량 0.25%까지만 처리할 수 있다. 두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주식은 최대 250개 종목, 평균 일일 거래량 2.5%까지 거래할 수 있다.

공개형 블록체인 활용·안전장치 등 조건 충족해야

TSV가 혁신 면제를 적용 받으려면 ▲공개 고지 ▲거래 투명성 ▲거래정지 연계 ▲장부·기록 보관 ▲기술적 안전장치 등 SEC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반 기술에도 조건이 붙는다.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공개돼 감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퍼블릭·퍼미션리스 블록체인에 배포돼야 한다.

이에 따라 로빈후드의 ‘스톡 토큰스(Stock Tokens)’, 크라켄의 ‘xStocks’, 온도파이낸스의 역외 상품 등 기존 주식 연계 토큰 상품이 이번 면제 제도를 활용하려면 상품 구조를 바꿔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상품은 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하지만 투자자가 기업 주식의 실제 주주가 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 발행사 반대 시 토큰화 불가

토큰화 대상 기업에도 거부권이 주어진다.

발행사와 관계없는 제3자가 특정 기업 주식을 토큰화하려면 거래 플랫폼은 거래를 시작하기 최소 30일 전에 해당 기업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 발행사가 반대하면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발행사 거부권을 핵심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로 평가하고 있다.

제3자 수탁 방식도 허용된다. 브로커딜러 등 중개기관이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다만 이 경우에도 토큰이 기초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제공해야 하며 발행사가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토큰 주식에 대한 레버리지와 대출은 이번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SEC “거래 효율성 높일 것” 기대…업계선 환영

SEC는 토큰 주식이 증권시장 인프라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성명을 통해 “토큰화는 증권의 발행, 거래, 이전, 결제, 소유권 기록과 같은 핵심 시장 인프라 기능을 현대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카를로스 도밍고 시큐리타이즈 최고경영자(CEO)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실제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토머스 코완 불리시 글로벌 토큰화 총괄은 “업계가 기대했던 것처럼 토큰화 주식 시장이 즉각 성장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문을 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래 금융시장과 그 가능성을 위한 훌륭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SEC 발표는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의 상원 절차표결이 무산된 직후 나왔다. 클래리티법은 지난 15일 상원에서 법안을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표결에서 찬성 49표를 얻는데 그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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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SEC가 기존 권한 내에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하루 만에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한 혁신 면제를 발표했다.

SEC는 이번 조치를 완성된 규제 체계가 아닌 5년간 규제 실험으로 보고 있다. 제한된 규모에서 토큰화 주식 거래를 허용해 실제 시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향후 규칙 제정과 입법 논의에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