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뇌부터 척수 역할을 하는 신경계까지 16만개가 넘는 뉴런의 연결 구조를 통째로 기록한 배선도가 완성됐다. 연구자와 개발자들은 이를 컴퓨터에서 구동해 둠(DOOM)과 슈퍼마리오64를 플레이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는 실험까지 마쳤다.
11일 씨넷재팬에 따르면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리서치캠퍼스를 중심으로 구글리서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수컷 노랑초파리의 중추신경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커넥톰을 완성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커넥톰은 뇌와 신경계를 구성하는 뉴런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나타낸 일종의 배선도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와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뿐 아니라 곤충에서 척수에 해당하는 복측신경삭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진이 배선도로 기록한 뉴런은 총 16만 6700개다. 이들 사이의 연결은 1억 2500만개가 넘는다. 뉴런도 특성에 따라 1만 1710종으로 분류했다. 구글리서치는 AI를 활용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방대한 이미지에서 각각의 뉴런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완성된 데이터는 ‘MaleCNS v1.0’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부터 공개돼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개발자도 활용할 수 있다.
초파리 신경 배선도를 컴퓨터로 옮겨
초파리의 뇌 자체를 컴퓨터 안에 그대로 복제한 것은 아니다. 뉴런들이 어떤 구조로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낸 배선도가 완성된 것이다.
실제 생물의 뇌에서는 각각의 신경세포가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나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강도, 화학물질의 작용 등 여러 요소가 행동을 결정한다. 이같은 커넥톰이 이런 작동 원리까지 모두 재현한 것은 아니다.
신경계 전체의 연결 구조가 공개되면서 개발자가 각각의 뉴런 작동 방식을 단순화한 모델을 입히고 게임이나 외부 장치를 연결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DOOMFLY’다. 개발자는 MaleCNS에 기록된 16만6700개 뉴런의 연결 구조를 컴퓨터에 구현하고 이를 둠 엔진 기반 게임 환경과 연결했다.
게임 화면을 초파리의 시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신호처럼 신경 모델에 입력한 뒤 발생한 신경 활동 일부를 전진과 회전, 사격 등의 조작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게임 캐릭터가 공격받으면 특정 신경에 자극을 주고 위험을 피하는 행동이 나타나는지도 실험하고 있다.
초파리가 게임 플레이를 스스로 학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신경 활동을 게임 속 움직임에 연결할지 사람이 직접 설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초파리의 뇌 작동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한 것도 아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닌텐도의 ‘슈퍼마리오64’를 움직이는 ‘Fly64’도 공개됐다. 마리오 주변의 화면 정보를 신경 모델에 전달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반응을 전진과 방향 전환, 점프 등의 명령으로 바꾼다.
이 역시 일반적인 AI처럼 수많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마리오 조작법을 학습시킨 모델은 아니다. 실제 생물에서 가져온 신경 배선 구조를 게임 환경에 연결했을 때 어떤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에 가깝다.
초파리 신경으로 자동차도 움직였다
초파리 신경회로를 자동차 운전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바이오컴퓨팅 기업 커먼오리진(Common Origin)은 초파리의 뇌 배선도를 활용해 레이싱 시뮬레이터 속 자동차를 주행시키는 데모를 공개했다.
자동차 실험에는 이번에 발표된 MaleCNS가 아니라 플라이와이어 컨소시엄이 2024년 공개한 암컷 노랑초파리의 전뇌 커넥톰이 활용됐다. 네이처에 발표된 해당 커넥톰에는 뉴런 13만9255개와 시냅스 5450만개가 담겼다.
커먼오리진은 이 가운데 시각과 이동에 관여하는 신경회로를 자동차 조향과 연결했다. 공개된 데모에서는 사전에 주행시키지 않은 코스에서도 신경 모델이 차량을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주행 실험은 아직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커먼오리진이 자체 공개한 기술 데모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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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뇌를 컴퓨터 안에서 완전히 되살렸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 생물에서 확인한 신경 배선 구조를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 게임과 기계를 움직이는 단계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향후 뇌와 신경계가 행동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밝히는 연구뿐 아니라 생물의 신경구조를 활용한 새로운 컴퓨팅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