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규칙 바꾸는 건 인간뿐"…게임과학포럼, AI 시대 놀이의 가치 짚다

게임과학연구원, '2026 게임과학포럼' 개최…규제서 리터러시로 전환 모색

게임입력 :2026/09/06 09:25

게임과 인공지능(AI)을 미래 세대의 성장을 돕는 '디지털 놀이터'로 재정의하자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게임과학연구원은 지난 4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2026 게임과학포럼'을 열었다. '플레이그라운드 효과-AI와 게임이 만드는 미래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 구글이 후원했다.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을 제한하는 기존 '스크린 타임' 관점의 한계를 짚고 정책·규제 철학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기조강연은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 원장이 '플레이의 심리학: 규제에서 리터러시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4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2026 게임과학포럼'이 개최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김 원장은 인간의 본질을 '노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는 장난에서 놀이, 오락을 거쳐 게임에 이르는 과정을 인간의 발달 단계로 제시하며 "장난은 상대를 선입견 없이 관찰해야 가능하고, 놀이는 여러 사람과 규칙을 만들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아이가 사회 부적응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는 신경증부터 사이코패스 연구까지 나와 있다"며 놀이와 게임을 거치지 않은 선행학습 위주 교육에 우려를 표했다.

게임과 도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원장은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와 진행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를 근거로 들며 "게임할 때 뇌는 도파민이 터지는 상태가 아니라 전두엽이 몰입해 일하는 상태"라고 짚었다. 반면 "도박은 뇌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 특정 순간에 도파민만 분비된다"며 두 영역의 뇌 작동 기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AI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규칙을 바꾸는 능력'을 인간의 몫으로 봤다. 김 원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드로잉 AI '넥스트 렘브란트'가 렘브란트의 화풍은 정교하게 복원했으나 스스로 화풍을 파괴한 피카소는 재현하지 못했던 사례, 기계가 여전히 왜곡된 보안문자(캡차)를 읽지 못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AI는 기존 패턴이 깨진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어려워한다"며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행위가 곧 창조이며, 그 규칙을 스스로 전환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인 만큼 놀이가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3학년 4개 학급을 대상으로 조건을 달리해 진행한 창의성 실험도 소개했다. 완성할 결과물을 미리 정해주지 않고 과제의 순서를 유연하게 뒤집을수록 아이들이 기존 틀을 깨는 혁신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냈다는 설명이다.

기조강연에 이어 본 세션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AI와 게임의 교육적 시너지' 세션에서는 김기한 서울대 교수가 게임·이스포츠의 사회화 기능과 교육적 잠재력을, 김현승 크래프톤 팀장이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플레이가 학습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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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바람직한 게임 이용 환경 조성' 세션에서는 이승훈 안양대 교수가 이용자 친화적 정책을, 진예원 이화여대 교수가 게임이용장애 측정을 둘러싼 개념적 혼란을 다뤘다. 마지막 패널토론은 문화심리학자인 한민 사피엔스 아일랜드 기업부설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았다.

김 원장은 "이번 포럼이 게임과 AI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제나 격리에서 벗어나 교육과 활용이라는 건설적 시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