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공지능(AI)과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운항 최적화가 에너지 절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방향이 명확해질 경우 에너지 효율 기술 전반의 도입이 빨라져 2050년 글로벌 선대의 에너지 소비를 지역별 규제 중심의 전환 경로보다 최대 25%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31일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가 발간한 제10차 '2050년 해운업계 전망 보고서(Maritime Forecast to 2050)'에 따르면 글로벌 규제 수준과 적용 시점에 따라 저탄소 연료 수요뿐 아니라 선박의 에너지 효율 기술과 디지털 운항 시스템 도입 속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DNV는 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가 현행대로 채택되는 경우부터 수정안 도입, 새로운 규제 체계 재논의, 장기간 규제 교착까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글로벌 규제가 명확해지고 강화될수록 선사들이 에너지 효율 기술에 투자할 유인이 커지고, 2050년 선대 에너지 소비량도 지역별 규제만 적용되는 경우보다 최대 25%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보고서에선 에너지 효율 개선 수단 가운데 물류와 디지털화를 별도 영역으로 분류해 눈길을 끈다. 또 선박 활용률 개선과 항로 최적화, 적시 도착(JIT), 운항 성능 모니터링 등도 포함됐다.
특히 고품질 데이터와 실시간 정보를 활용한 AI 기반 운항 최적화가 해운 물류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선박 도착 시간을 항만 상황에 맞춰 조정하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순항 효율을 높여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선 선대 운영에서도 데이터 활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DNV는 디지털화와 지능형 선대 관리 시스템이 운항 효율과 선박 활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검증·보고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DNV의 배출량 관리 플랫폼 '에미션스 커넥트(Emissions Connect)'는 원천 데이터부터 운항 관리까지 배출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사례로 제시됐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런 시스템의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EU는 올해부터 해운 부문에 대한 EU 배출권거래제(EU ETS)의 단계적 적용을 완료했으며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해운업 배출 데이터 수집·보고 체계인 MRV를 EU 배출권거래제(EU ETS)와 '퓨얼EU 마리타임(FuelEU Maritime)'의 공통 데이터 체계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선종별로도 디지털 기술 적용이 늘고 있다. LNG선에서는 디지털 운항 최적화 도구와 속도 관리, 트림 조정 등이 항해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 LNG선, 크루즈선은 운항 패턴이 비교적 일정하고 규제 압력이 높아 고도화된 에너지 효율 기술 도입이 빠른 선종으로 꼽혔다.
DNV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규제 환경이 달라져도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봤다. 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수와 프로펠러 등 유체역학 성능을 개선한 사례에서는 연간 연료 소비량을 약 16%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 회수 기간은 연료 가격에 따라 약 1~4년으로 추산됐다.
저탄소 연료 시장은 규제 불확실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DNV는 해운업계의 저탄소 연료 수요가 규제 방향에 따라 2030년 4~22Mtoe(석유환산메가톤), 2050년 33~185Mtoe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추진 중인 생산 프로젝트가 모두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30년 글로벌 공급량은 최대 270Mtoe에 달할 수 있지만 상당수 사업이 최종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어 실제 공급량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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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사엔즈 데 산타 마리아 DNV 해사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발주되는 선박은 2050년 이후까지 운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운항 성과에 영향을 미칠 여러 요인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규제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료와 인프라, 기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선주들의 장기 투자 판단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계가 장기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