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와 교통·스마트시티 협력을 통해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는 가운데 현지에 먼저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과 사업 발굴뿐 아니라 현지 정부와의 계약 이행, 행정·세제 문제 등 투자 이후 발생하는 애로사항까지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지원해야 국내 기업이 안정적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다고 봐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수년간 타지키스탄에서 두샨베 도시철도 정책자문과 노후철도 전철화·신호 현대화 예비타당성조사 등 철도·교통 인프라 분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해왔다.
두샨베 도시철도 사업은 2023~2024년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정책자문을 시작으로 사전타당성조사와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 자문 등으로 이어졌다. 올해 4월에는 타지키스탄 교통부와 두샨베시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철도 인프라 관련 연수를 받기도 했다.
중앙아시아는 스마트시티와 교통 등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국내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지 정부·공공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자금을 투입하는 민관협력(PPP) 사업은 사업 개시 이후 계약 이행이나 행정·세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80억원 투자했는데…행정 절차에 투자금 회수 차질
실제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반 스마트교통 솔루션 기업 렉스젠은 타지키스탄 두샨베시 및 현지 국영기업과 PPP 계약을 맺고 불법 주정차 무인 단속 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다. 2024년 73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93기를 구축했으며 올해 140기를 추가 설치하는 3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법인 설립과 장비 공급, 설계·공사 및 운영 등에 투입한 금액은 현재까지 약 560만 달러(약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렉스젠이 자체 자금을 투입해 단속 시스템을 구축한 뒤 7년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과태료 수입을 현지 정부와 나눠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운영 초기 3년간 과태료 수입의 60%를 렉스젠이 가져가고 이후 4년간은 40%를 배분받는 구조다.
하지만 과태료가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겼다. 렉스젠에 따르면 2024년 6월 사업 개시 이후 누적 과태료 징수율은 약 36%에 머물고 있다. 회사는 과태료 부과와 체납액 징수에 필요한 현지 정부의 행정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렉스젠 측은 징수율 저하가 단속 시스템 성능보다 후속 행정 절차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반 차량 검지와 번호판 인식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후 차량 소유주 조회와 고지, 납부, 체납 관리 등은 현지 정부의 행정 권한과 데이터 연계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징수율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했다. 렉스젠은 현지 관계기관으로부터 제3자 과금 시스템을 이용하고 징수액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모바일·전자결제 확대에 필요한 국가 차량등록 데이터베이스(DB)와 현지 금융기관 간 연계 역시 정부 승인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렉스젠 관계자는 "PPP 사업에 진출할 당시 과태료 징수는 현지 정부가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투자했지만 실제 사업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미 80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황이라 사업에서 쉽게 철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배당 없는데 배당세까지…해외 투자기업 보호 필요성 커져
최근에는 세금 문제까지 불거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지 세무당국은 렉스젠 현지법인에 전년도분 배당세 명목으로 약 7만 2000달러(약 9900만원)를 부과했다. 렉스젠은 현지법인이 적자를 내고 있어 실제 이익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렉스젠은 이를 소명하기 위해 한국 본사의 감사보고서까지 제출했지만 세금 부과 결정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본사가 현지법인의 운영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만큼 배당의 재원 자체가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렉스젠은 이같은 문제를 현지 관계기관뿐 아니라 한국 정부와 현지 한국대사관 등에 전달하고 지원을 요청 중이다. 과태료 징수에 필요한 행정조치와 PPP 계약 이행, 차량등록 DB·금융결제망 연계 등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에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관련 상황에 대한 보고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회사 측 애로사항을 접수해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 중"이라며 "고위급 교류 계기나 면담 시 관련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를 놓고 IT 업계에선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사업 발굴과 수주뿐 아니라 실제 투자 이후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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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외 정부·공공기관을 상대로 장기간 PPP 사업을 수행하는 중소·중견기업은 계약 이행이나 세금, 인허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 기업의 협상력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렉스젠 관계자는 "정부가 ODA 등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만드는 만큼 먼저 현지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투자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