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활동하면 마음 건강해진다?…장기 추적 결과 "효과 없다"

이탈리아 연구진 "종교 모임 참여자, 이미 정신건강에 유리한 특성 지녔을 가능성"

과학입력 :2026/08/10 16:23    수정: 2026/08/10 16:30

매주 종교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흔한 정신질환을 예방하거나 전반적인 심리적 웰빙 향상과 큰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IT매체 기가진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성인 7108명을 약 20년간 추적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종교 모임 참여와 정신건강 개선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종교 및 영성 심리학(Psychology of Religion and Spirituality)’에 게재됐다.

사진=픽사베이

수십 년간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는 종교 활동 참여와 긍정적인 정신건강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면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지원을 얻을 수 있고,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줄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높이며, 어려운 삶의 사건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 상당수는 특정 시점에서 사람들의 상태를 비교하는 횡단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횡단 연구는 변수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같은 사람을 추적하는 종단 연구에서도 친구 관계, 건강 상태, 경제적 안정성, 성격 등 다른 요인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종교 모임 참여 자체가 정신건강을 개선한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가브리엘레 프라티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심리학 연구원이 이끈 이번 연구는 이러한 교란 요인을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성인 7108명을 대상으로 수집된 미국 중년기 발달 프로젝트(MIDUS)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14년경까지 약 20년에 걸쳐 세 차례 수집된 자료를 활용했다. 데이터에는 전화 인터뷰와 광범위한 자기보고식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종교 모임 참여와 다른 생활 요인의 영향을 구분하기 위해 다양한 교란 요인을 조정했다. 참가자들의 종교 모임 참석 빈도를 조사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종교 모임에 참석하는 집단을 별도로 분류했다.

또 우울증,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주요 정신질환의 진단 여부를 확인하고, 임상적인 질환뿐 아니라 전반적인 심리적 웰빙도 함께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무작위 임상시험의 조건을 통계적으로 모방하는 방법을 활용해 연령, 성별, 인종·민족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종교 모임 참여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건강 상태, 경제적 상황, 성격 특성, 친구 관계 등의 교란 요인도 조정했다.

분석 결과, 종교 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우울증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종교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과 전혀 참석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우울증 발병 가능성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종교 모임 참여와 전반적인 정신건강 사이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종교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목적의식이나 자기수용 수준이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니었다. 종교 모임 참석 빈도의 변화 역시 이후 정신건강의 변화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프라티 연구원은 정기적으로 종교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미 ‘건강한 신체’, ‘안정적인 소득’, ‘사교적인 성격’ 등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즉, 종교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더 양호하게 나타났던 기존 연구 결과가 실제로는 종교 활동 자체의 효과가 아니라 이들이 가진 다른 특성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 역시 한계가 있다. 기가진은 연구에 사용된 자료가 참가자들의 자기보고를 바탕으로 수집됐기 때문에 응답자의 주관성에 따른 측정 오차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