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AI 지출 88%가 '챗GPT'…규제 논의 속 오픈AI 영향력 확대

의회 챗GPT 관련 지출 10만580달러 기록…2위 클로드는 10분의 1 수준

컴퓨팅입력 :2026/08/04 10:24

미국 의회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하원의원 AI 도구 지출 대부분이 오픈AI의 챗GPT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가 AI 산업 규제와 감독 방안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 서비스가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CNBC는 4일 미국 하원 사무처와 의원실, 위원회, 기관 계정의 확인 가능한 AI 도구 지출이 최소 11만3740달러라고 밝혔다. 조사 기간은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다.

미국 하원의원에서 지출하는 AI도구 대부분이 챗GPT로 나타났다(이미지=오픈AI)

이  챗GPT 관련 지출은 10만580달러로 전체의 약 88%를 차지했다. 거래 건수는 798건으로 전체의 96%에 달했다. 경쟁사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1만3160달러, 37건으로 2위에 그쳤다. 생성형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 챗GPT가 의회 내 주도권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이번 집계가 의회의 전체 AI 활용 규모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무료 버전 사용,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처럼 기존 소프트웨어 계약에 포함된 AI 기능, 상원 사용 내역 등은 제외됐다. 그럼에도 최소한 하원 의원실 6곳 중 1곳 이상이 이미 챗GPT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돼 AI가 의정 활동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회 직원들은 AI를 법안 요약, 정책 메모 작성, 청문회 자료 준비, 지역구 민원 대응, 소셜미디어 게시물 초안 작성, 뉴스레터 정리 등에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복 업무를 줄여 보좌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다.

공화당 소속 줄리 페도르차크 하원의원은 챗GPT를 활용해 자신이 다뤄온 법안과 외부 이해관계자 자료를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AI가 브리핑 메모를 작성하면서 보좌진 업무 시간을 매주 수십 시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제임스 월킨쇼 하원의원도 AI가 조사와 홍보 업무에 폭넓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실관계는 반드시 별도로 검증해야 하며 유권자 민원이나 행정기관 대응처럼 실제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실의 지출이 공화당보다 많았다. 확인 가능한 AI 구매액 기준 민주당 의원실은 5만4165달러를 지출해 공화당 의원실의 1만5782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챗GPT 구매는 민주당 의원실 44곳, 공화당 의원실 27곳에서 확인됐다. 클로드는 민주당 5곳, 공화당 1곳에서만 나타났다.

오픈AI 우위는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선점 효과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하원 디지털서비스는 2023년 초당적 직원 그룹에 챗GPT 플러스 라이선스 40개를 배포하며 생성형 AI 실험을 시작했다. 이후 2024년 9월 하원은 공식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AI 도구를 제한하고 민감한 정보 입력을 경고하는 더 엄격한 지침을 내놨지만, 이미 다수 의원실에서 챗GPT가 첫 AI 도구로 자리 잡은 뒤였다.

마시 해리스 팝복스(POPVOX) 최고경영자(CEO)는 "초기에는 챗GPT가 곧 AI를 뜻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며 "GPT가 티슈의 '클리넥스', 반창고의 '밴드에이드'처럼 일반명사화된 인지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의회 내 교육 접점도 넓혔다. 의회 사무 지원 단체 의회관리재단은 오픈AI와 협력해 하원과 상원의 고위 보좌진을 대상으로 챗GPT 교육 세션을 운영했고 일부 프로그램에는 오픈AI 엔지니어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실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별도 교육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업의 워싱턴 로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1분기 연방 로비에 100만달러를 지출해 전년 동기 대비 82.5% 늘었고 앤트로픽은 약 160만달러를 써 지난해 1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회와 연방기관이 AI 구매와 활용, 규제 틀을 설계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특정 기업 제품 편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브레넌센터의 에릭 페트리 선거·정부 부문 법률자문은 "정부가 경쟁 제품보다 특정 기업 서비스를 더 많이 쓰는 상황이라면 그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능과 적합성에 따른 선택일 수 있지만 정치적 선호나 이해관계가 개입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 CEO는 "단순한 업무 효율성 차원을 넘어 입법기관이 어떤 AI를 사용하느냐가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의회와 초당적 입법 지원 기관이 여러 AI 모델을 직접 시험하고 각 도구의 강점과 한계, 응답 방식의 차이를 이해한 뒤 규제와 감독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