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형태로 생산·축적되는 국가 자산을 재난과 전쟁, 사이버공격 등 위기 상황에서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체계 마련이 추진된다. 기관별로 흩어진 자료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보존해야 할 핵심 데이터를 선별하고, 기존 보존기관과 구분되는 별도의 역할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외(外)규장각 구축 기본구상 정책연구’를 재공고했다. 문체부는 지난 5월 해당 정책연구를 처음 공고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재공고 사유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디지털 외규장각은 보존 가치가 높은 국가 핵심 디지털 자산을 선별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뜻한다. 종이 문서와 유물처럼 물리적 형태가 있는 자료뿐 아니라 디지털 형태로만 존재하는 기록과 콘텐츠까지 미래 세대에 남길 수 있는 보존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명칭은 조선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의 강화도 분관이었던 외규장각에서 가져왔다. 외규장각이 왕실의 중요 기록물을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디지털 외규장각도 핵심 데이터를 기존 시스템과 분리해 보존하는 일종의 국가 백업 거점으로 설계한다는 취지다.
현재 국가기록원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여러 기관이 기록물과 행정정보, 문화유산, 도서자료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다만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관리 대상이 달라 국가적으로 반드시 남겨야 할 디지털 자산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선별하고 장기간 보존하는 체계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의 관리 현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토대로 보관할 데이터의 범위와 종류, 파일 형식, 저장매체, 보존기간 등을 구체화하고 장기 보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과 운영방식을 검토한다.
디지털 자료는 물리적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복제가 쉽지만 영구 보존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저장장치 손상과 시스템 장애뿐 아니라 파일 형식의 변화, 장비 노후화, 운영기관의 폐지 등으로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터넷이나 내부 전산망에 연결된 자료는 해킹과 악성코드, 사이버공격에도 노출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외규장각에는 데이터를 평상시 업무망과 분리해 보관하는 장기 저장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상시 접속과 활용보다 안전한 보존을 우선하고, 필요할 때만 데이터를 꺼내 확인하는 형태다. 원본과 복제본을 같은 장소에 두지 않고 서로 다른 지역에 분산하는 방안도 재난 대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디지털 외규장각이 구축되면 기관별로 제각각 관리되던 디지털 자산 가운데 국가 차원의 별도 보존이 필요한 자료를 판별할 공통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원본을 보유한 기관의 시스템이 재난이나 사고로 손상되더라도 별도의 보존본을 통해 자료를 복구할 수 있는 기반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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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기관과 역할을 정리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어떤 자료를 원래 기관이 관리하고, 어떤 데이터를 디지털 외규장각이 추가로 보존할지 기준을 마련하면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줄이면서 보존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실제 시설을 건설하거나 데이터를 옮기는 단계가 아니라 이제 첫 걸음을 시작하는 단계다. 연구를 통해 보존 대상과 운영 주체, 기술 방식, 기존 기관과의 관계, 시설 형태 등을 정하는 기본구상을 마련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