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 빅테크와의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연구개발과 인프라 확대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창업자 량원펑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은 유지하는 독특한 투자 구조를 택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딥시크는 첫 투자 라운드에서 74억 달러(약 11조 1000억원) 이상을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75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투자로 딥시크는 중국 AI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에는 량원펑 CEO가 약 30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을 직접 출자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텐센트, 배터리 기업 CATL, IDG캐피털 등이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조성한 국가 AI산업 투자기금도 10억 위안(약 2239억원)을 출자했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투자 구조다. 국가 AI산업 투자기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자는 딥시크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량 CEO가 관리하는 유한책임조합(LP)에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자들은 5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 없는 락업 조건을 받아들였으며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외부 자금 유입 이후에도 창업자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량 CEO는 투자 유치 전 기준으로 딥시크 지분 약 90%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지난해 저비용·고성능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업계에 이른바 '딥시크 쇼크'를 일으킨 기업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미국 빅테크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장 주목을 받았다.
이후 딥시크는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전략과도 보조를 맞춰왔다. 특히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하며 자국산 AI 칩 생태계 확대에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에는 화웨이 어센드 칩에 최적화한 AI 모델도 선보였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 유치가 딥시크의 전략 변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외부 자금 유치에 소극적이었던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 비용 증가와 인재 확보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자본 조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확보한 자금은 AI 연구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 에이전트형 AI 서비스 개발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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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딥시크가 충분한 AI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중국 AI 기업들이 자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선두 기업들과의 자금력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는 딥시크가 연구조직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글로벌 AI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전환점"이라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창업자의 통제권을 유지한 점은 향후 중국 AI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모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