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시대 마을 유적에서 머리 없는 인골 수십 구가 묻힌 도랑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슬로바키아 남서부의 신석기 유적지 '브라블레'에서 최소 77구의 머리 없는 인골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킬대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고고학 학술지 '영국 선사학회 회보(Proceedings of the Prehistoric Society)'에 발표했다.
브라블레는 기원전 5250~4950년 사이 선형토기문화 집단이 거주했던 대규모 정착지로, 지난 2012년 처음 조사됐다. 유적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300채가 넘는 가옥이 확인된 곳이다.
이 중 길이 약 1.3㎞에 달하는 이중 도랑으로 둘러싸인 정착지를 발굴한 결과, 머리 없는 해골 네 쌍을 포함해 인골 77구가 무더기로 나왔다. 반면 두개골이 온전히 남아 있는 개체는 어린아이 한 명뿐이었다.
학살 아닌 정교한 장례 의식 가능성
연구진들은 이 유적이 단순한 학살 현장이 아니라 복잡한 장례 의식과 관련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카타리나 푸크스 독일 킬대학교 생물인류학자는 "초기 분석 결과, 폭력적인 참수가 아니라 숙련된 기술로 두개골을 정교하게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골의 목 윗부분 경추뼈에서 절단 흔적을 확인했으며, 날카로운 도구로 두개골을 분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아래턱뼈까지 함께 사라진 점으로 보아, 당시 공동체가 머리와 얼굴을 온전한 형태로 보존하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인골의 목뼈가 도랑 벽면에 맞닿은 상태로 발견된 점도 의도적인 배치의 증거로 꼽힌다. 공동 저자인 닐스 뮐러-셰셀 고고학자는 "시신이나 신체 일부를 매장하는 행위는 단순한 처리가 아니라, 상징성을 가진 반복적 의식의 일부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도 머리 없는 유골 발견…차이는?
유럽의 다른 신석기 유적에서도 머리 없는 시신이나 두개골만 따로 모아둔 사례는 종종 발견됐다. 스페인의 한 동굴에서는 약 5600년 전 매장된 인골 11구가 확인됐고, 이탈리아에서는 약 7400년 전 조상 숭배 의식과 관련된 두개골 15개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터키 남부의 '차탈회위크'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예리코' 등에서도 조상의 두개골을 꺼내 석고로 얼굴을 복원하고 채색해 전시하는 풍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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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라블레 유적은 치명적인 차이점이 있다. 주변 유적과 달리, 이곳에서는 인골의 수에 부합하는 두개골이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거된 머리들의 행방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아 있는 도랑 구간을 추가 발굴하고 인골 분석을 이어가며, 이 독특한 매장 관습의 실체와 신석기 공동체의 사회•종교적 의미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