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럽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기업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다. 1년 안에 프로토타입을 납품하는 것 자체가 방위산업에선 전례 없는 일이다."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인더스트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진출한 한국 시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은 하청 중심의 기존 방산 모델과 달리, 자체 투자로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진행해 완성된 제품을 상용 형태로 제공하는 방산 제품 기업이다. 고스트-X·볼트-M 등 드론과 바라쿠다·퓨리 등 자율무인기가 이 방식으로 개발돼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군에 납품되고 있다.
"걸프전의 10배"…대량 소모전 시대, 래티스로 대응
안두릴이 내다보는 국방 인공지능(AI) 방향성은 대량·저비용 무기 소모전 시대에 대응하는 자율화 지휘통제다. 안두릴 핵심 기술인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래티스'는 수천 개 센서와 데이터 소스를 통합·분석해 상황 인지부터 판단, 실행까지의 전 과정을 초 단위로 단축하고 버튼 하나로 여러 영역의 실시간 지휘통제를 지원한다.
쉼프 CEO는 최근 이란 분쟁을 예로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간 약 2만 4000회 타격을 가했는데 이는 걸프전 전체 규모의 최소 10배"라며 "이란은 하루 최대 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자폭드론 120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센터와 정유소 등 민간 인프라까지 타격 대상이 된 이번 분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동일한 패턴"이라며 "향후 5~10년간 탄약 재고 깊이 확보와 저비용 대량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두릴은 지난해 4월 한국 지사인 안두릴코리아를 설립하고 HD현대·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과 잇달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쉼프 CEO는 이번 방한 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대한항공 드론 제조·정비 시설을 직접 방문해 파트너십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방산 수출이 세계 20위권에서 5위권으로 급등한 점을 들어 "한국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투자해야 할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 MOU 추가…한국 육해공 전 영역 협력망 완성
안두릴은 이날 현대로템과 AI 기반 유·무인 복합(MUM-T) 통합 지휘통제체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안두릴 래티스를 현대로템의 무인 플랫폼과 주요 지상 무기체계에 적용해 실시간 상황 인지와 자율 임무 수행이 가능한 통합 지휘통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오전엔 30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세미나도 열렸다.
존 킴 안두릴코리아 대표는 회사 설립 1년여 만에 자율 무인 수상함 시제함 건조 착수, 자율형 무인기 공동 개발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안두릴은 지난달 30일 대한항공과 한국 시험장에서 3개 플랫폼을 활용한 시연을 통해 임무 자율화 소프트웨어 성능을 검증했다. 대한항공이 제작한 무인기 3대에 래티스를 탑재해 원격 조종 없이 자율 임무 수행에 처음 성공한 것이다.
양사는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기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전 세계 대규모 산불 예방을 위한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안두릴은 이번 자율 비행 시연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 한국 공군이 추진할 소형 자율 무인기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킴 대표는 "해당 사업은 현재 방위사업청 정식 사업화 이전 단계이나 소요가 확인된 만큼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HD현대와는 작년 4월 무인수상정(USV)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자율 무인 수상함 시제함 설계·건조 및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시제함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며 이르면 오는 10월 진수 후 미국 연안에서 시험 운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6)에선 협력 범위를 수상에서 수중으로 확장해 '첨단 무인잠수정 시스템 공동 개발 MOU'를 추가로 체결했다. 킴 대표는 "한국 방산 기업이 미국 무기 시장을 최초로 뚫을 기회"라고 피력했다.
MASGA부터 국방AX거점까지…파트너십 확장 가능성 열어
이 같은 협력은 한미 조선 협력의 큰 틀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MASGA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펀드로, HD현대·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가 미국 시장 진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쉼프 CEO는 한국 기업의 지분 투자 참여 가능성에 대해 "이미 여러 사례에서 전략적 투자를 실행한 바 있다"며 "경제적으로 타당하고 인센티브가 일치하는 파트너라면 기꺼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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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 AI 전환(AX)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 정부와의 직접적인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올해 국방부는 서울·판교·대전·부산 등 전국 5대 권역에 군·산·학 협력 차원의 국방 AX 거점을 구축하며 민간 기술의 군 적용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킴 대표는 이와 관련 "한국 정부로부터 직접 협력 제안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면서도 "그런 제안이 온다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체결한 현대로템과의 협력을 포함해 한국 하드웨어 기술력과 안두릴의 소프트웨어가 만나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반 국방 역량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