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단순 투자로 철수설 못 지워…미래차 신규 배정해야"

"투자금 회수보다 2028년 로드맵 먼저"…생산 거점별 맞춤 전략 제안

카테크입력 :2026/04/17 15:58

한국GM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사측에 2028년 이후를 대비한 미래차 생산 계획과 신규 차종 배정 등 구체적인 생존 로드맵을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제너럴모터스(GM)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반복되는 철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설비 투자를 넘어선 실질적인 물량 확답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안규백 한국GM 지부장은 16일 한국GM 부평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8년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내놓고 협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단순한 설비 투자가 고용 안정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 군산공장 사례를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GM은 한국GM에 3억 달러(4439억원) 규모의 프레스 라인 신설 등 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에 총 6억 달러(8878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안 지부장은 "절반인 3억 달러는 북미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미 집행된 수출용 차량 관련 투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GM 안규백 지부장 기자간담회 (사진=지디넷코리아)

한국GM의 최근 배당 결정에 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지부장은 "적자 기업이 흑자로 전환했다는 신호일 수 있으나, 산업은행의 공적 자금 8900억원이 투입된 기업으로서 장기적인 투자 계획 없이 대규모 배당이 이뤄지는 것은 회사 형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과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2028년 이후의 한국 내 사업 지속 계획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장기적인 사업 가능성 보여줘야"…전기차 전환 지원 촉구

한국GM 노조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 지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수명이 예상보다 연장됨에 따라, 중소형 내연기관 핵심 거점인 한국 공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규백 한국GM 노조 지부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안 지부장은 "미래차 전환 정책이 중단돼 내연기관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한국GM이 맡아야 할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미래차 전용 공장이 없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단기적인 물량 확보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기적인 실적 강화와 함께 미래차 전환에 GM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한국GM이 생산하고 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파생모델 포함)는 노후화 시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트레일블레이저는 2030년, 트랙스는 2032년까지 생산계획이 잡혀있다.

안규백 지부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현상 중 하나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기차 캐즘으로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차 산업 계획도 반드시 제출돼야 철수설이 불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전환에 한국GM의 생산 시설은 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트랙스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의 경우 수천억원가량의 투자를 통해 최신 설비가 마련돼 있고, 경차 스파크 전기차를 생산해 본 경험도 있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 생산거점 부평공장은 미래차 전환에 대비가 전무한 상황이다.

안 지부장은 "한국GM은 굉장히 유연한 다품종 생산 체제라는 강력한 강점이 있다고 자부한다"며 "이는 전 세계 어느 공장과 비교해도 큰 강점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뛰어난 기술연구소도 있고 디자인센터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보급형 전기차를 맡아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뷰익 '엔비스타' 내수 등판으로 수출 활로 개척 제안

노조는 내수 판매 부진을 타개하고 수출 활로를 넓히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뷰익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를 제안했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해 전량 북미로 수출 중인 엔비스타를 내수 시장에 투입해 신차 효과로 활력을 불어넣자는 의미다.

GM 본사 정문에 전시된 뷰익 엔비스타 (사진=지디넷코리아)

안 지부장은 "당장 신차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차량을 내수에 출시하는 것은 회사에도 전혀 마이너스가 아니며,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판매를 살릴 확실한 카드"라며 "현대차와 기아에 실망한 소비자들에게 한국GM이 훌륭한 제2,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현재 북미 단일 수출만이 아닌 글로벌 수출 활로 확대도 제안했다. 현재 한국GM은 50만대 생산 물량 중 46만대(약 96%)를 북미로만 수출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국가로 물량을 소화하던 부평 2공장 폐쇄 이후 북미 단일 시장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막대한 관세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지부장은 "최근 KG모빌리티가 90여 개국 이상의 수출망을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산업은행이 GM과 협상에 나선다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KGM의 수출망을 공유·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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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단협에서 노조는 신규 차종 배정뿐만 아니라 숙련 인력 단절을 막기 위한 시니어 촉탁직 시범 재고용, 공급망 내 하청업체 노동자와의 상생을 위한 원하청 공동 교섭 등 고용 안전망 구축에도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미래 비전 제시를 전제로 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한국GM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노조의 최종 목표다. 올해 한국GM 임단협은 노조 측이 이달 말 중 사측에 요구안 발송하고, 내달 말 노사 상견례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