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HR부서의 '진짜 일'

[HR을 부탁해] "변화 속에서 사람의 역할 설계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6/03/26 08:00

양은제 LB세미콘 선임

"AI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반복 업무의 축소 등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로 인한 업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도입 계획은 점점 구체화된다.

양은제 LB세미콘 선임

겉으로 보면 조직은 잘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준비는 대부분 '기술' 에 집중돼 있다.

일전에 AI 활용 교육 자리에서 한 인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럼… AI가 제 일을 대신하면, 저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기대와 호기심, 그리고 분명한 불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깊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 슬라이드가 넘어갔고, 강사는 다시 기능 설명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바뀌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다

AI는 분명 효율을 높인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속도를 개선하며, 더 정교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술이 바꾸는 것은 '일의 방식' 만이 아니라 '일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서를 작성하던 사람은 방향을 고민하는 역할로 이동할 수도 있고, 데이터를 정리하던 사람은 해석과 판단을 더 많이 요구 받게 될 수도 있다.

변화가 설명 없이 주어지면 구성원들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제공=클립아트코리아)

문제는 이 변화가 설명 없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성과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앞으로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지, 내가 이 변화 안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 조직이 말해주지 않으면 구성원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돼야 하지?"

이 질문이 구성원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면, 그 조직은 기술 도입에는 집중했어도 사람에 대한 준비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HR부서는 무엇을 설계해야 할까

과거의 HR부서는 사람을 선발하고, 평가하고, 유지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하지만 AI 환경에서는 그 역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AI를 도입한 조직이 아니라, AI 환경에서 사람의 역할을 함께 고민한 조직이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위기라기보다, HR부서에게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고,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다시 정의해볼 수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과 변화로 사람이 어떤 역할로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제공=클립아트코리아)

또 지속적으로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그래서 지금 HR부서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드는 일 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역량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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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이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은 쉽게 지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양은제 LB세미콘 선임

LB세미콘이라는 반도체OSAT 기업에서 교육과 채용 업무를 수행하며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HR 실무자.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입 온보딩, 직급·리더십 교육, 조직문화 프로그램, 채용 운영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으며,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교육 니즈 분석과 실행 이후의 효과를 점검하고 개선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제도나 교육이 ‘잘 설계된 문서’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업무와 연결되어 작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와 HR의 접점을 실무자의 시선에서 해석하며, HR 담당자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