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편집자 주]
1차 칼럼에서 필자는 AI 시대일수록 HR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업무 방식과 조직 환경은 변화하고 있지만, 일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HR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제도를 기획·운영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이 변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조직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HR은 ‘관리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관계를 맺을지를 고민하는 ‘설계자’에 가깝다.
결국 HR이 설계해야 하는 것은 ‘일의 경험’이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부서 간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질문이 있다.
‘변화의 시대에 HR은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일의 경험을 설계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통해 작은 단서를 나누고자 한다.
경험1. 사람들과 대화하라: 앉아서 만든 제도는 실패한다
인사 담당자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HR의 흐름을 되짚어 보자. 프레드릭 테일러, 막스 베버, 페이욜 등 고전 경영학자들은 조직의 효율을 위한 구조와 원칙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사람은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후 엘튼 메이요와 더글라스 맥그리거를 거치며 ‘감정과 동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최근 HR은 구성원의 ‘경험’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필자는 과거, 아직 변화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HR 환경을 경험하며 막막함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변화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HR의 역할은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구성원의 현실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이다.
함께 일하는 선배들은 이 점을 늘 강조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라는 것이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의 생각과 구성원의 실제 경험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답은 단순하다. 책상을 벗어나 사람을 만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일상과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것. 무엇을 바꾸기 전에 지금 조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인사 담당자라면 이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직접 실천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며 화합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HR의 역할이다.
경험 2. 감성을 터치하라: 위로와 격려의 힘
연말 종무식과 연초 시무식을 준비할 때면, 그날만큼은 구성원들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시무식에서는 전 직원에게 포춘쿠키와 스크래치 복권을 나누고, 당첨자에게 소소한 선물을 전달하는 간단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았다”는 위로와 “새로운 한 해에는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는 가벼운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
직원들은 복권을 긁으며 웃고 대화를 나눴고, 포춘쿠키 메시지를 서로 공유하거나 카카오톡 배경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딱딱했을 시무식에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사람들은 조직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순간에 반응하고, 그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휴먼스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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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효율을 높이는 시대일수록,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결국 HR의 역할은 제도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를 설계하는 데 있다.
HR은 더 이상 단순한 제도 운영자가 아니다. 작은 대화, 짧은 이벤트, 그리고 일상의 경험 속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순간이, AI 시대 조직을 사람 중심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결국 ‘일의 경험’을 설계하는 힘, 그것이 바로 HR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