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비대졸, 수명 격차 더 커졌다...왜

30년 새 평균 수명차 2.6년→6.3년…"학력차·거주지역차 겹쳐 사망률 불평등 고착화"

과학입력 :2026/01/01 09:09    수정: 2026/01/01 09:15

미국에서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사망률 격차가 지난 30여 년간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학력 차이를 넘어, 거주 지역(특히 도시와 농촌 간 격차)이 사망률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T 전문 외신 기가진에 따르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크리스토퍼 L. 푸트 연구원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엘렌 미아라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 워킹페이퍼를 통해 미국 중년층(25~64세) 사망률의 장기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와 비대학 졸업자 간 평균 수명 차이는 1992년 2.6년에서 2019년 6.3년으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중년기 사망률 역시 대졸자 집단에서는 꾸준히 개선된 반면, 비대졸자 집단에서는 개선 속도가 현저히 더뎌 결과적으로 격차가 확대됐다.

졸업 자료사진(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절망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망률 격차

그동안 이 같은 사망률 격차는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 관련 질환, 자살 등 이른바 ‘절망사(deaths of despair)’로 설명돼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연령별·사인별 분석 결과, 비대졸자 집단에서는 절망사 외의 다양한 원인 사망도 크게 늘어나 단일 요인으로 격차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같은 비대졸자 집단 내에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사망률 개선 정도가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郡) 단위 사망률 편차가 확대되면서, 평균치 차이뿐 아니라 지역 간 불균형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별 미국 중년 사망률(1992~2019년). 사망률은 25~6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구 10만 명당 연령보정 사망자 수로, 2000년 미국 인구조사 연령 분포를 기준으로 표준화했다.대졸자 집단은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성인을 포함하며, 비대졸자 집단은 그 외의 모든 성인을 의미한다.(출처=NBER)

도시는 '개선', 농촌은 '정체'…학력 격차에 지역 격차가 겹쳐 사망률 불평등

이러한 지역 격차는 도시와 농촌의 대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시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개선이 정체되거나 매우 더딘 흐름을 보였다. 그 결과 비대졸자일수록, 또 농촌에 거주할수록 건강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학력 격차 위에 지역 요인이 더해지면서 사망률 불평등이 ‘이중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와 농촌 풍경(생성=제미나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 ‘흡연’…비대졸·농촌에서 격차 확대

연구진이 여러 요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사망률의 지역 격차와 가장 강하게 맞물린 변수는 '흡연율'이었다. 흡연율 변화를 학력과 도시·농촌 기준으로 나눠 살펴보면, 대학 졸업자의 경우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비대학 졸업자 집단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흡연율이 높게 유지되거나 감소 속도가 매우 느려,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흡연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후 사망률이 악화되거나 개선이 어려운 경향도 비대졸자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흡연은 대졸자에게도 분명한 건강 위험이지만, 지리적 격차와 강하게 연결되는 현상은 비대졸자 집단에서 훨씬 두드러진다”며 “흡연이 ‘비대졸자 지역 격차 확대’와 겹쳐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 명의 가상 인물에 대한 건강 자본 변화: 비흡연자(A), 간헐적 흡연자(B), 상시 흡연자(C)세 인물 모두 25세에 동일한 초기 건강 수준(H₀)에서 출발한다. B와 C는 이후 흡연을 시작하며, B는 일정 시점에 금연하지만 C는 평생 흡연을 지속한다. H̄는 개인이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사망에 이르는 건강 임계치를 의미한다. 세 인물 가운데 C만 사망에 이르며, B는 64세 무렵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돼 A보다 먼저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놓인다.(출처=NBER)

비만·기타 요인도 검토했지만…흡연만큼 명확하지는 않아

연구진은 흡연 외에도 비만 등 다른 건강 위험 요인들을 동일한 분석 틀로 검토했다. 비만율과 사망률 사이에도 일정한 상관관계는 관찰됐지만, 지역별 사망률 변화와 가장 일관되게 맞물린 요인은 '흡연'이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다만 연구진은 흡연만으로 사망률 격차 확대의 모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망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격차 규모도 큰 만큼, 흡연이 다른 위험 요인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매개 변수’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순환기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영역에서도 비대졸자 집단에서는 흡연율 변화와 사망률 변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흡연의 영향이 폐암 같은 특정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비만 등 다른 위험 요인들도 검토했지만, 지역별 사망률 변화와 가장 일관되게 맞물린 요인은 '흡연'이었다.(제공=클립아트코리아)

“왜 비대졸자에게서만 ‘장소 효과’가 이렇게 강할까”

이 연구는 소셜 뉴스 사이트 ‘해커뉴스’에서도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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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비대졸자 집단에 상대적으로 고위험 인구가 남은 것 아니냐”, “흡연만으로 중년 사망률을 설명할 수 있느냐”, “비만이나 펜타닐 등 마약 문제가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의료 접근성이나 성별 구성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연구팀 역시 흡연을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제시하면서도, 왜 이러한 ‘장소의 영향’이 비대졸자 집단에서만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학력·지역·건강 행동이 얽힌 사망률 격차의 구조적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