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 논의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포괄적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 시행을 기점으로 신규 코인 출시와 실제 결제·정산 활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마자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선점 속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올해 7월 미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 법이다.
이 법안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이나 상품이 아닌 별도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은행과 비은행 발행사에 대한 연방 차원의 감독 체계를 수립했다.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자마자 기업들의 실제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비자는 미국 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USDC 스테이블코인 정산 서비스를 공식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비자는 크로스리버 은행, 리드 은행 등과 협력해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의 USDC 정산을 시작했으며 연간 정산 규모가 이미 35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카드 결제망의 한계를 넘어 24시간 즉시 정산이 가능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규 스테이블코인 출시 소식도 전해진다. 디지털자산 지갑 기업 엑소더스는 문페이와 협력하여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용자가 개인 키를 직접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 생태계 내에서 법정화폐와 디지털 달러를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대기업들의 참전도 구체화됐다. 소니는 자사 블록체인 ‘소니움’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결제에 특화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출시된 리플의 RLUSD는 지니어스 법 통과 이후 뉴욕주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이 급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은 대조적인 상황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2단계 입법 논의는 2025년 말인 현재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전자금융거래법에 맞출지, 새로운 법안을 신설할지를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이어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발행은커녕 기초적인 서비스 실험조차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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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은 지니어스 법 통과 이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신청·심사 절차 초안을 발표하며 제도 구축을 본격화했다”며 “한국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 표준은 미국 기업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 인프라로 자리 잡은 이후에는 이를 다시 따라잡기보다 기존 질서에 편입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제도 정비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