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전자' 정자 기증→아이 197명 탄생 파문

TP53 변이 보유자에서 197명 출생, 일부 암으로 사망하기도

헬스케어입력 :2025/12/11 16:24    수정: 2025/12/11 16:24

덴마크에서 대량의 정자를 기증해 최소 197명의 아이를 가진 한 남성이 소아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희귀 유전 돌연변이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고 CNN, 기즈모도 등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방송연맹(EBU) 탐사보도 네트워크가 주도하고 독일 도이체벨레(DW), BBC 등 유럽 14개 공영 방송사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정자은행(ESB)이 15년 넘게 문제의 기증자 ‘7069번’의 정자를 12개국 이상의 여성들에게 판매해왔다.

암 유전자를 지닌 정자 기증자에게서 최소 197명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를 통해 최소 197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일부 아이들은 두 종류의 암에 걸렸고, 다른 아이들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출생아 수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으나, ESB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출생아 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남성은 자신이 희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실을 모른 채 2005년부터 정자를 기증했다. 이후 17년 동안 여러 국가에서 그의 정자가 난임 치료에 사용됐다. 당시 기증자는 건강했고, ESB에 기증자로 등록할 때 검사도 문제없이 통과했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뒤늦게 그에게 TP53 돌연변이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TP53 돌연변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유발하며,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평생 약 90%의 확률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매년 전신 MRI, 뇌 MRI, 복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며, 여성은 유방암 위험 때문에 젊은 나이에 유방 절제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암 유전학자인 클레어 턴블 런던 암연구소 교수는 “끔찍한 진단이다. 가족에게는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BBC에 밝혔다.

ESB 대변인 줄리 파울리 부츠는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면 개인의 유전자 풀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발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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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문제 중 하나는 한 정자 기증자로부터 비정상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점이다. ESB 웹사이트 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증자는 1명당 75가구로 배포를 제한하는 데 어떻게 최소 197명의 아이들이 한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났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루앙 대학 병원 암 유전 전문의 에드비게 카스퍼는 “2008년 당시에는 해당 돌연변이를 실질적으로 감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개선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유럽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며, 동일 기증자로부터 태어날 수 있는 자녀 수를 세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