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배트맨을 등장시켰더니 승객들이 임산부에 자리를 양보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이 최근 보도했다.
이탈리아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실제 이탈리아 밀라노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임산부에게 얼마나 자리를 양보하는 지 알아보기 위한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임신부로 분장한 한 여성을 한 객차에 홀로 탑승시키고, 같은 시각 같은 열차의 다른 객차에는 임산부로 분장한 여성과 배트맨 분장을 한 남성을 함께 탑승시켰다. 두 사람은 짜온 것으로 의심받지 않도록 서로 다른 문으로 탑승한 뒤 몇 m 이상 거리를 유지하게 했다. 또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배치했다.
열차가 한 정거장 이동하는 2~4분 동안 승객들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비율을 기록하고, 자리 양보자들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총 138차례 실험이 이뤄졌다.
실험 결과 여성이 혼자 탑승했을 때 자리를 양보할 확률은 37.66%였으나, 배트맨 분장을 한 남성과 함께 탔을 때 확률은 67.2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자리를 양보한 승객 3명 중 2명이 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왜 사람들은 배트맨이 있었을 때 임산부에게 더 친절했을까?
연구진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이 ‘임신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일부는 사회적 규범, 교육, 안전을 직접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리를 양보한 사람들 중 누구도 자신의 행동을 배트맨의 존재와 연결하지 않았고, 자리 양보자 중 14명(43.75%)은 배트맨을 아예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팀은 주변에서 예상치 못한 뭔가를 보게 되면 자신에 대한 자각이 더 높아지고, 그 결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더 잘 발견할 가능성이 커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아침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다면 다른 승객들에게 신경 쓰지 않겠으나, 배트맨 복장을 한 사람이 기차에 타면 시선이 가게 되고 이로 인해 임산부가 눈에 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배트맨을 전혀 못 봤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설명이 쉽지 않다. 이에 연구진은 배트맨 등장으로 인해 주변 승객들 사이에 생긴 소란이나 분위기 변화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 대학교 심리학자 프란체스코 파그니니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문화적 가치, 성 역할, 기사도적 도움 행동과 관련 규범을 더 강하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즉,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무의식적으로 친사회적 행동을 유도하는 ‘프라이밍 효과’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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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캐릭터를 대상으로 유사 실험을 진행해 이 현상이 배트맨에만 나타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자매지 ‘npj 정신 건강 연구(Mental Health Research)’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