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화성을 촬영해 온 유럽우주국(ESA)의 마스익스프레스(Mars Express) 궤도선이 고해상도 화성 사진을 공개했다고 우주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궤도선이 촬영한 곳은 화성 북반구에 위치한 길고 좁은 균열 지역인 ‘아케론 포세(Acheron Fossae)’다. 이 곳은 단층과 수로가 표면을 가로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질학에서는 2개 이상의 정단층이 힘에 의해 뒤틀리면서 밑으로 가라앉은 부분을 ‘지구(地溝, grabens)’, 높게 올라간 부분을 ‘지루(地壘, horst)’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두 지형이 합쳐져 골짜기와 계곡을 만들며 긴 흉터 같이 보인다.
ESA에 따르면 이 곳은 약 37억 년 전 화성의 지질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각 아래의 녹은 암석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표면을 잡아당기고 갈라놓아 긴 균열을 만들어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케론 포세의 지질학적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위, 모래, 얼음이 뒤섞인 거대한 암석 빙하가 수천 년에 걸쳐 이 곳을 지나면서 이 지형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 속 우측은 암석 빙하가 느리게 움직이며 둥근 언덕과 평평한 고원을 만들어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위 이미지는 오른쪽으로는 저지대 평야, 왼쪽으로는 고지대 평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지역을 멀리서 보면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올림푸스 몬스까지 이어진다. 올림푸스 몬스 화산의 높이는 약 22km로 아케론 포세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1천200km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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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지질 활동만이 이 지형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에는 수십 개의 충돌 분화구가 점처럼 흩어져 있다. 이 분화구들은 다양한 침식 상태를 보여주며, 다양한 연대를 시사한다. 이는 화성이 우주 암석의 폭격을 계속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SA는 2003년 발사된 마스익스프레스가 내년 말 이후까지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궤도선이 촬영하는 화성의 고해상도 사진은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