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관문 '튀르키예'서 읽는 오토커머스의 미래

[지구마불 모빌리티 여행] ⑨튀르키예

전문가 칼럼입력 :2025/07/27 08:08    수정: 2025/07/27 08:30

이성미 차봇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팀장

’지구마불 모빌리티 여행’은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지역의 자동차 및 모빌리티 시장을 탐구하며, 각 시장의 특징과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연재 칼럼 시리즈입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현장을 따라가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잠재력과 기회를 조명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던 튀르키예(터키)는 이제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연결고리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터키는 제조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넘어, 전동화 전환과 디지털 커머스가 결합된 모빌리티 허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오랜 기간 유럽과 중동을 잇는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자리해왔습니다. 2024년 기준 연간 약 14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세계 13위권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완성차와 부품을 포함한 수출액만 연간 350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포드 오토산, 르노 터키, 토파시(Tofaş) 등 글로벌 브랜드의 생산기지가 밀집한 부르사와 이스탄불 지역은 튀르키예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제공=클립아트코리아)

내수 시장 또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약 128만 대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한국의 현대차는 2024년 내수 판매량 6위로 전년도 대비 약 7.1%상승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장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2053년 탄소중립을 국가적 비전으로 설정하며 내연기관 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습니다. 전기차 보급률은 아직 전체 자동차의 약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튀르키예 정부는 2030년까지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설정하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EV 인프라 확대와 보급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국산 전기차 브랜드 TOGG가 있습니다. 2022년 첫 양산을 시작한 TOGG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튀르키예의 테슬라'로 불리며 튀르키예 전기차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보급을 위한 충전 인프라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약 1,300기 수준이던 충전기는 2024년에는 2만 7천 기를 넘어섰으며, 전국 81개 도시에 균형 있게 분포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자동차 거래, 오토커머스의 진화

튀르키예의 차량 거래도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전동화 흐름과 맞물려, 차량 거래 시장 역시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튀르키예의 차량 거래는 오프라인 대면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변화된 소비자 행동은 튀르키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중고차를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히빈덴(Sahibinden), 아라바닷컴(Araba.com), 바바카스(VavaCars)와 같은 로컬 오토커머스 플랫폼들이 비대면 거래, 화상 상담, 이력 제공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자동차 거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사히빈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히빈덴은 부동산, 차량, 전자제품 등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튀르키예 최대의 온라인 마켓으로, 그 중에서도 중고차 부문은 방문자 수와 조회 수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개인과 딜러 모두가 차량을 등록·판매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차량 사진과 정보 등록만으로 매물을 간편하게 게시할 수 있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차량 이력 정보, 보험 내역, 사용자 리뷰 기능이 추가되며 점차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 간 거래 위주라는 점에서 허위 매물이나 가격 조작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바카스는 최근 튀르키예에서 각광받는 신개념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온라인 견적과 오프라인 인수 거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온라인으로 가격을 확인한 후 근처 바바카스 센터에서 실차 검수를 받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후 구매자에게는 최대 1년 보증과 환불 옵션이 제공돼 중고차 거래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낮췄습니다. 특히 shell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접근성은 경쟁 플랫폼 대비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히빈덴 로고

튀르키예 오토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배경에는 디지털 기반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는 오토커머스 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이력 관리가 복잡하고, 배터리 상태나 충전 이력 등 새로운 정보 항목이 차량의 실질적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 제공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와 정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단순한 차량 사양이나 주행거리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정보 제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 시장은 이런 요구를 충족하는 데 아직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차량 이력 정보의 불완전성, 표준화된 검수 체계의 부재, 지역 간 물류 인프라의 불균형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율 변동성과 물가 불안정성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면서 소비자들은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황 속에서 고도화된 오토커머스 서비스는 튀르키예 시장이 안고 있는 신뢰성과 효율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모빌리티 컨시어지 기업 차봇 모빌리티는 국내에서 딜러사와 협력하여 온라인 견적부터 계약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신차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가 검수나 이력 확인 절차 없이도 안전하게 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거래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플랫폼 차원에서의 신뢰 확보에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B2B 연계 기반의 디지털 거래 시스템은 튀르키예 현지 플랫폼에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공급이 가능하며, 나아가 현지 제조사나 유럽계 브랜드와의 API 연계를 통해 신차 커머스 플랫폼화 기술로 수출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모빌리티 기업들의 전략적 시사점

TOGG

튀르키예는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인접국과 맞닿은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토커머스 분야에서는 젊은 인구 구조, 높은 디지털 수용성, 정부의 디지털 경제 육성 정책이 결합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동차 판매를 넘어, 터키는 디지털 기반의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로의 진입 단계에 있습니다.

이런 전환점에서 한국 모빌리티 기업에게 튀르키예는 매우 유망한 시장입니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 인프라와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가 교차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 긴밀한 협력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약 7%에 달하며, 현대자동차는 르노, 폭스바겐, 피아트 등과 함께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 모빌리티 기업의 현지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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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토커머스 플랫폼 기업이 튀르키예 현지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기술 기반 서비스 파트너로 진입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진출을 넘어 ‘한국형 오토커머스 모델’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검증된 서비스가 튀르키예에서 통했다’는 경험은 향후 글로벌 투자자 및 파트너에게도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지금 튀르키예의 도로 위에서는 데이터와 신뢰를 중심으로 한 오토커머스의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의 모빌리티 혁신이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미 차봇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팀장

빗썸, 미디어윌네트웍스, 레페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며 모빌리티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차봇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리드로,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을 분석하고 조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